◎총체적 국가발전전략 다시세우자/일그러진 정·경·사회구조로 후진성 아직 곳곳에 만연/교육 바로잡기·민주화확대 등 의식·제도개혁 급선무/국민총의 결집 강한 지도력 발휘땐 21세기 전망밝아21세기를 눈앞에 둔 한국의 세계적 좌표는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오랜 식민통치와 전쟁의 잿더미위에서 일어난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동안 경이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국민총생산(GNP)및 교역규모는 각각 세계 12위로 선진국진입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고 일부 산업분야는 이미 세계정상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올해 유엔 비상임이사국에 피선돼 경제발전에 걸맞는 국제적 위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선진국을 운운하기에는 부끄럽고 어두운 측면이 적지않다. 급격한 경제발전과 사회의 변화는 가치관과 윤리관의 혼란을 초래, 각종 병리현상을 심화시켰고 이는 사회전반의 구조적 모순으로 이어져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국가의 위신을 여지없이 추락시키는 후진적 사건사고를 양산하고 있다.
또 퇴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저급한 정치수준에다 환경, 복지문제 등 「삶의 질」과 관련해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의 경제력에 부합하는 국가적 「품격」제고를 위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분야의 내실다지기에 눈을 돌려 21세기의 총체적 발전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과감한 개혁작업이 수반되지 않고는 더이상의 국부향상과 국제경쟁력의 제고를 기대할 수 없으며 발전의 흐름도 조만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의 발전과정을 보더라도 국민의 자발적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한데 모으기 위한 이같은 과제들의 해결단계를 거친후에야 튼튼한 재도약의 토대가 마련됐다. 이를 위한 각계 지도급 인사및 전문가들의 제안을 종합해보면 초점은 두가지 측면의 「개혁」으로 모아진다. 하나는 의식개혁작업이다. 이것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졸속주의와 적당주의, 윤리관의 실종 등 각종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 치유책이라는 공감대가 이뤄진지 이미 오래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이 작업의 핵심은 바로 교육 바로세우기에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입시위주의 기능적 교육체제에서 탈피해 민주적 시민의식과 인간성회복, 그리고 창의력을 중시하는 전인적 교육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많은 교육관계자들은 『경제규모는 세계 12위이면서 교육투자수준은 160위인 엄청난 불균형이 하루빨리 시정돼야 한다』며 교육여건의 개선을 역설하고 있다. 여기에 급격한 지역및 계층이동으로 파괴된 이웃, 직장 등 제(제)집단의 공동체의식 회복운동의 필요성도 강조된다. 각계의 원로들은 『이같은 과제해결을 위한 첫번째 수순은 법질서준수와 윤리도덕 실천, 미래에 대한 철학과 비전제시를 통한 지도층의 수범』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제도의 개혁이다. 우선 정치분야에서 선거제도 정당및 의회구조가 두루 민주화, 선진화돼야 하며 특히 정치집단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이익집단및 시민단체 등의 정치참여기회를 확대, 이들이 명실상부한 정치의 「하부구조」로 자리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숙제로 꼽힌다. 중앙정치와 시민운동의 지속적 연계및 상호작용구조를 통해서만 진정한 정치의 선진화와 시민생활의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정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오래전부터 범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성장과 형평의 조화가 제1순위의 과제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가적 통합을 위해 날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발전, 경제규모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는 사회복지수준의 제고쪽에 보다 많은 정책적 배려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있다.
이러한 전반적 개혁프로그램을 완수하려면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개혁마인드를 가진 리더십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지탱해줄 수 있는 적극적 지원계층의 확보 및 국민적 합의도출 노력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21세기 선진국진입의 문턱에서 국력의 외연확대와 병행해 국가전반의 품격문제를 차분히 되짚어봐야 하는 상황을 맞고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성공적 대처여부가 장래의 국가성쇠를 가름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된다는게 이같은 제안들의 결론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OECD지표로 본 한국현주소/GDP·무역규모 25개회원국중 10위 중상위권/정부 보건지출 24위… 주당 근로시간선 최다
「근로시간 1위, 교육과 의료 최하위수준」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말 우리가 내년중 가입하려는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의 주요 경제·사회지표와 비교해 진단한 한국의 현주소이다.
이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와 총무역규모는 각각 93년말 기준 3,308억달러와 1,660억달러로 회원국중 10위를 기록,「경제외형」은 중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국민의 실생활수준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가 되는 교육및 의료부문은 다른 회원국들과 현저한 격차를 보여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진입은 아직도 요원함을 실감케했다.
우리의 1인당 공교육비의 경우 269달러로 회원국평균 1,011달러, 1위인 스웨덴 2,000달러의 27%, 13%에 불과한 23위를 기록했다.
GDP대비 정부의 보건부문지출은 불과 0.2%로 회원국 평균치의 3.3%, 네덜란드의 7.3%, 프랑스의 6.8%, 영국의 5.4%와 큰 차이를 보이며 꼴찌에서 두번째인 24위에 머물렀다. 이에따라 의사 1인당 환자수는 평균치 483명의 2.8배인 1,370명으로 가장 많았다. 주당 근무시간은 48.7시간으로 회원국중 근로시간이 가장 많은 멕시코의 45.5시간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진단 이정복 서울대 교수·정치학/국사 견제통한 「신중」 처리 중요/독재후유증 심각… 국민도 결정참여를
지난 50년간 한국은 1인 중심의 독재적 국가체제로서 그 이전의 한국역사에서는 찾아볼수 없었던 속도와 규모로 발전하였다.
근대적 역사발전은 영미의 경우와 같이 민주적인 국가체제하에서 사회중심적으로 이룩될수 있는 것이나 한국의 발전은 영미의 모델과는 다르게 독재자들이 국가중심적으로 이룩한 것이다. 이러한 한국발전의 유산은 독재체제가 무너지고 민주체제가 수립된 오늘날에도 불식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1인 중심의 후진국형 대통령 중심제 국가체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1인 중심의 국가체제를,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볼수 있는 삼권분립식인 견제와 균형체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앞으로 한국의 과제이다.
북한의 위협과 국민의 빈곤으로 국가존립 자체가 어려웠던 지난 50년간 일사불란하게 국사를 신속처리할 수 있는 1인 중심체제가 어느 정도의 효율성을 발휘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자주국방능력도 기르고 있고 경제도 선진국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에는 국사의 「신속한」 처리보다는 「신중한」 처리가 더욱 중요하다.
한국의 발전단계는 국사의 처리에 있어서 신속하여 잘못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보다는 신중하여 잘못될 확률을 낮추는 것이 더 바람직한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이룩한 게 없이 보호할 업적이 별로 없었을 때에는 국사가 잘못되어도 국민들이 큰 손실을 보지 않으나 보호할 업적이 상당히 있는 오늘의 한국에서는 국사가 잘못된다면 국민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국사를 신중하게 처리한다는 것은 국사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 대통령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는 물론 국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국가체제는 형식상으로는 이런 체제로 돼있으나 실제로는 대통령 1인과 그를 보좌하는 비공식 조직이 압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하고 불안한 일이다. 앞으로 한국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는 선진 대통령중심제 국가의 그것과 같은 역할을 각각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대통령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 역할이 아니라 집단이나 정당을 통해 그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1인 중심의 국가체제가 아니라 삼부간의 통치과정과 집단, 정당, 국민간의 정치과정이 모두 활성화되는 국가체제를 이룩해야 한다.
정경유착의 근절, 남북문제, 교육문제, 지역갈등해소, 소외계층문제, 과거청산문제, 대외관계 등 우리의 모든 당면문제들은 우리가 이같은 국가체제를 이룩할 때 보다 현명하고 안정되게 해결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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