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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시련·좌절의 한해 옐친 러 대통령(’95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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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시련·좌절의 한해 옐친 러 대통령(’95인물)

입력
199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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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 강경진압 화근 인기 추락/민주투사 이미지 퇴색에 병마·총선패배까지「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95년 한해를 되돌아 보면서 이런 말을 실감할 지 모른다. 91년 8월 공산 보수세력의 쿠데타를 진압하면서 불굴의 민주투사로 투영된 뒤 강력한 대통령으로서 카리스마를 행사해온 그이지만 지난 1월 체첸반군에 대한 진압명령을 계기로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걸었다. 체첸사태로 그동안 쌓아온 「러시아 민주화운동의 대부」이미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더욱이 자신이 생명을 걸고 몰아냈던 공산세력은 오히려 12월 17일 국가두마(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화려하게 재기했다. 유권자들은 옐친의 개혁정책에 반발, 공산당을 선택함으로써 그에게 뼈저린 좌절감을 안겨줬다. 그는 총선 직후 『개혁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도 이를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으나 발언에 힘이 빠져 있었다.

그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급락했다. 전러시아 여론조사센터가 총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2%만이 내년 1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경우 옐친을 지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조사에서 자민당의 지리노프스키가 10%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으며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와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그 뒤를 따랐다. 따라서 그가 내년 6월 대통령선거에서 민주세력의 단일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점차 낮아지는 듯하다.

설상가상으로 병마마저 그를 엄습했다. 2월 알마아타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담에서 보좌관들의 부축을 받아 처음으로 병약한 모습을 내보인 그는 7월과 10월 두 차례나 심장병으로 입원, 「옐친은 이제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모든 것은 타협을 모르는 그의 성격탓이었다. 두주불사에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일 욕심,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체첸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힘으로 밀어부쳤기 때문이었다. 93년 10월 의회 보수주의 세력을 탱크로 진압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체첸 반군의 지도자 조하르 두다예프는 역시 체첸 출신으로 의회 보수세력을 이끈 하스블라토프 전최고회의 의장과는 달랐다. 두다예프는 지형상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 강력한 화력을 가진 러시아군에 맞섰고 끝없는 게릴라 작전으로 옐친의 몸과 마음을 「체첸의 늪」으로 빠뜨렸던 것이다.

주가노프는 12·17 총선 유세에서 『체첸 사태로 옐친의 가면은 벗겨졌다』면서 『한번이라도 그의 얼굴을 대한 사람이라면 그를 민주주의자로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그의 독선적 성격을 꼬집었다.

다가올 새해는 그에게 더욱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새 의회 개원과 동시에 공산세력의 파상 공격을 헤쳐 나가야 하고 6월 대선을 앞두고 건강과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옐친대통령은 이제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의 전철을 밟느냐 아니면 끝까지 민주혁명을 완성시킨 대통령으로 남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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