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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지금 이곳은)

입력
1995.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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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담은 닉슨 생애/“역사왜곡·영화일뿐” 논란/식자층 “예술적 거짓 더위험” 비판불구/정직하지 못했던 권력 말로 반성 계기현대 미정치사에 가장 큰 오점을 남긴 대통령으로 기록돼 있는 리처드 닉슨 전미대통령의 기구한 생애를 그린 영화 「닉슨」이 최근 개봉돼 세모를 맞은 미국인들에게 최고지도자의 덕목을 다시 한번 음미케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올리버 스톤 감독, 앤터니 홉킨스 주연. 스톤이 만든 영화가 거의 그러하듯 이번에도 또 히트다. 4달러25센트의 관람료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게 관객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스톤감독은 「JFK」등 종전의 히트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료화면을 컴퓨터로 교묘히 합성해 닉슨시대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닉슨과 존 F 케네디의 토론, 마오쩌둥(모택동)과 흐루시초프의 정상회담 장면 등이 진짜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화면에 담기란 쉬운법이 아니다. 「인간 닉슨」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는 찬사와 함께 사실과 환상을 적당히 얼버무려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 특히 닉슨이 마치 케네디 암살에 연루돼 있는 듯 묘사한 대목에 대해 식자층의 비판이 심하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머린 다우드는 『예술적인 거짓은 비예술적인 거짓보다 더 위험하다』면서 『그 이유는 그것을 통찰할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닉슨의 몰락을 가져 온 워터게이트사건 취재로 명성을 날린 워싱턴 포스트의 보브 우드워드는 『닉슨은 드라마로 극화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극적인 인생을 살다간 인물』이라면서 『이 영화의 절반만이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스톤감독은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뿐』이라면서 『나름대로 역사를 재평가해보자는 것이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이라고 말한다.

식자들의 평가가 어떻든 한해를 보내는 길목에서 미국인들은 영화 「닉슨」을 통해 정직하지 못했던 한 대통령의 생애를 되돌아보며 역사를 배우고 있다.

닉슨의 안보보좌관이었던 키신저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닉슨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가 10%만 덜 똑똑하고 10%만 더 정직했더라면 대통령직을 중도에서 하차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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