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도 2세주도 “본격 공격경영”/사회 분위기·기업활력 등 고려 절묘한 시기 선택/5개 소그룹 분할구도 예상… 자동차경영권 변수현대그룹의 이번 경영체제개편은 현대그룹은 물론 재계 전체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가 창업 2세경영체제를 구축함으로써 50년 국내 재계사는 2세경영시대의 본격 개막이라는 큰 획을 그었다. 현대그룹으로서는 그동안 관심의 초점이었던 「포스트 정주영 체제」를 조기 가시화했다.
현대그룹의 이날 개편은 「정몽구 회장으로의 대권승계, 정세영 회장의 2선후퇴, 원로 경영진의 퇴진」으로 대별된다. 정명예회장은 이번 개편에서 「1인지배체제」를 택했다. 이는 창업주 조카와 2세 형제간 그룹을 분할경영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깬 것으로 몇몇 계열사를 나누어 맡고 있는 가족간 분할경영구도는 상당기간 유예됐다. 또 제철 자동차 등 신규사업에 열의를 보이던 정회장의 부상으로 현대그룹의 공격경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MK시대」가 본격 열린 것이다. 현대그룹은 특히 이날 개편에서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400여명선의 임원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그룹 분위기를 일신했다. 정명예회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후계구도 가시화 ▲공격경영의 공식선언 ▲그룹분위기 쇄신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겨냥한 셈이다.
현대그룹측은 『최고경영진의 연령층을 대폭 낮춤으로써 경영의 새 바람과 활력을 찾고 깨끗한 기업, 세계일등 기업이란 캐치프레이즈아래 적극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현대의 경영진개편을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가 대부분 해소된 마당에 ▲재계의 전반적인 경영체제 개편분위기에 맞추며 ▲정명예회장의 건강 등을 고려한 「절묘한 시기선택」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큰 변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룹의 최대 현안을 처리함으로써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현대그룹은 앞으로 적지 않은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명예회장의 1인지배체제 선언으로 그동안 소속이 불분명했던 현대그룹내 대부분 계열사들은 신임 정회장의 확실한 지배아래 들어가겠지만 몽헌 몽준 몽윤 몽일 등 형제간 재산분할구도가 더욱 분명해지면서 그룹내 분할경영체제가 서서히 드러날 전망이다.
현대전자와 현대상선을 맡고 있는 정몽헌회장이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건설의 회장에 겸임발령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정몽구그룹회장을 정점으로 정몽헌(건설·전자·상선) 정몽준(중공업) 정몽윤(해상화재) 정몽규(자동차) 정몽혁(정유·석유화학) 등의 5각체제 형태의 소그룹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중 하나는 현대자동차의 경영권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번에 정세영 명예회장― 정몽규 회장 등 「부자체제」를 갖췄다. 그러나 신임 정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이 현대자동차의 요직을 맡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의 핵심인력을 정회장계열의 인천제철 등으로 전보시킴으로써 자동차에 대한 정회장의 의중을 내비쳤다.
국내 최대그룹 「현대호」의 키를 잡은 신임 정회장은 따라서 삼촌인 자동차의 정명예회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시키고 형제들과 어떤 방식으로 경영을 조율, 창업주인 정명예회장의 창업의지를 이어갈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공격적인 경영인으로 정평이 나있는 정회장의 전면 부상으로 재계의 관심은 현대그룹의 공격경영과 치열해질 그룹간 경쟁에 집중되고 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그룹 지휘봉 넘겨받은 정몽구 회장/타고난 사업가… 리더십·추진력 “부전자전”
정몽구 현대그룹신임회장은 28일 『명예회장의 뜻을 받아 갑자기 중책을 맡게돼 어깨가 무겁다』면서 『현대그룹의 회장으로서 그룹을 더욱 발전시켜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세계적 기업 현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그룹의 3대회장으로서 경영대권을 물려받은 정신임회장(57)은 정주영 그룹명예회장의 차남이지만 장남인 몽필씨가 82년 교통사고로 사망한후 사실상 장남역할을 하며 그룹총수수업을 받아왔다.
77년 현대정공을 설립하여 세계 컨테이너시장을 석권한 정신임회장은 사업수완을 인정받으며 현대정공 현대자동차써비스 현대강관 현대산업개발 인천제철 현대기술개발등 6개 계열사의 회장으로 일하며 이른바 「MK사단」을 이끌어 왔다. 정신임회장은 부친인 정명예회장과 외모뿐 아니라 리더십 추진력등까지 빼닮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현대정공 설립허가를 따낸후 컨테이너공장을 건설하면서 한편으로는 해외바이어로부터 제품주문을 받아 공장건설과 제품생산을 병행한 것은 그의 추진력을 보여준 유명한 일화다.
정신임회장은 비록 정부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포철수준의 종합제철소건설등 굵직한 대형사업들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영대권승계의 가닥을 예고해줬다. 현대정공의 자동차사업확장도 같은 맥락이다.
정신임회장은 그룹운영이외에도 8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한국양궁을 세계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정신임회장은 현재 아시아양궁협회장과 세계양궁협회부회장을 맡고 있다. 경복중·고를 거쳐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 미국 코네티컷주립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정신임회장은 부인 이정화(57)씨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두고 있다.<이재렬 기자>이재렬>
◎정몽규 신임회장은 누구인가/정세영 회장 외아들… 8년간 경영수업
현대자동차 신임회장으로 임명된 정몽규(33)씨는 정세영회장의 외아들로 젊은 나이에 비해 추진력이 강하고 결단이 빠르며 새로운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이 나있다.
서울 용산고등학교,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회장은 영국 옥스퍼드대서 석사학위를 취득한뒤 88년 현대자동차에 대리로 입사, 만 4년동안 회계 기획 생산관리 자재등 주요부문의 요직을 거쳐 92년부터는 부사장으로 재직해왔다. 재계에서는 정회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자 현대자동차가 정세영회장 중심의 경영구도를 이어가다가 언젠가는 2세인 정회장이 대를 이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90년 김나영(29)씨와 결혼, 2남을 두고 있는 정회장은 부친 정세영 명예회장과 함께 살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