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란·민정계 동요 진정 배려”/쇄신론 여전 「불씨」 소멸 미지수신한국당 당직자들은 28일 내내 김윤환 대표의 심기에 무척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최근 지도체제개편론으로 당내분위기가 뒤숭숭한 와중에 김대표가 이날 하오 청와대 주례보고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일단 공식적인 발표는 『김영삼 대통령이 김대표 중심으로 총선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말이 청와대로부터 전해지자 신한국당에서는 「김대표 중심」의 의미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오갔다.
김대표 측근들은 『총선때까지 지도체제개편이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 측근은 『책임있는 민주계 중진들도 허주(김대표 아호)없이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말한다』며 『선거전에 지도체제문제로 당을 뒤흔들어 무슨 실익이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가 바둑의 묘수풀이처럼 쉽지않다. 여당선거는 도박을 하는 방식으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이제 지도체제 논란이 해소된 만큼 앞으로 총선에서 안정의석을 확보하는 일만이 남았다』고 김대표체제의 유지를 기정사실화했다.
전반적인 당내 분위기도 김대표측과 유사하다. 이와 관련, 당내 분란을 막고 민정계의 동요를 다독거리려는 배려라는 풀이도 나왔다. 한 핵심당직자는 『신한국당이 개혁과 안정의 두 수레바퀴로 가겠다는 큰 방향을 바꾸지 않는한 김대표체제를 변경할 이유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굵직한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것과 지도체제개편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그동안 당안팎에 나돌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날 결과로 지도체제문제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는 시각이 결정적인 대세는 아니다. 민주계의 한 소장파의원은 『청와대가 지도체제개편은 없다고 못박지 않았다. 부총재체제, 최고위원제를 하더라도 허주에게 수석부총재나 대표최고위원 자리를 주면 그의 위상은 보장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이회창전총리등 명망가들을 영입하려면 그에 합당한 자리가 필요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특히 몇몇 의원들은 『김대표가 대구·경북을 맡아줄 수는 있지만 서울,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간판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 정국의 흐름상 역사바로잡기, 정치개혁의 명분을 부각시켜야하고 이런 맥락에서는 당연히 신선한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일부 당직자들은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받으면 『허주의 입술을 읽어라』고 말할 정도로 조심스런 태도였다. 그러면서도 한 핵심인사는 『김대표를 중심으로 하면서 신선한 변화를 가져올수 있는 묘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대책본부를 발족시키면서 본부장 등 중요 자리를 외부영입인사에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다른 여권소식통은 『이제 김대표가 선거승리를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대표가 거물들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그들에게 묵직한 자리를 배려하는 제스처를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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