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도 더치페이식 개인주의 반영 새풍속신세대 사이에 「따로따로 주법」이 번지고 있다. 각자 자기 술병으로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시는 것이다. 4명이 함께 주점을 가면 레몬소주도 4병을 주문한 다음 각자 자기 술병으로 마신다. 자신이 알아서 적당량만 마시므로 과음할 염려도 없고 다른 사람의 술잔이 비었는지 살피느라 신경쓸 필요도 없다. 이런 자리에서 잔을 권하는 전통적인 주법은 「실례」다. 불결하고 행여 간염이라도 걸리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 계산도 각자 자기가 주문한 술병만 하는 「더치페이」다. 따로따로주법은 신세대들의 성향과 맞아 떨어지면서 술자리 매너로 정착됐다.
신세대 주법이 자리잡으면서 당혹스럽게 된 것은 이들의 1∼2년 선배들이다. 선배가 술을 권해도 『됐어요』 『싫어요』 라는 반응과 함께 거부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동문회나 학과총회등에서도 선배가 후배에게 술을 권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89∼91학번들은 자신들을 「샌드위치 학번」이라고 자조하고 있다. 80년대 선배들이 술을 권하면 무조건 마셔야 하지만 자신들은 술을 권할 후배들이 없다는 것이다.
술자리문화가 서먹서먹해지면서 술자리를 통해서 전해지는 선후배 문화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신세대는 선후배에 대한 개념이 없다. 1년 선배를 「하늘」로 섬기던 이전세대는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1년 선배는 친구나 다름없고 2년 선배는 「하이프렌드(High freind)」이다. 3년 이상 선배는 그냥 「아저씨」이다.
이러한 선후배문화의 상실은 학과통합과 학부제의 실시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서울대 공대의 경우 3∼4개의 과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선후배사이의 연결공간이 상실된 과가 많다. 심지어 한양대 공대에는 6개 학과가 합쳐져 「화학공학 공업화학 섬유공학 세라믹공학 재료공학 금속공학부」라는 공룡학과가 탄생했다. 선배들은 신입생들에게 과에 대한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심하고 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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