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부정에 뒤틀린 자매의 삶/소외 못참는 「스위티」 와 그를 못 벗어나는 동생 그려『가족이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한지붕 아래 억지로 모여사는 것이다』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소년의 말처럼 영화 「스위티」의 케이(카렌 콜스톤)는 아버지와 그가 『스위티』라고 부르며 사랑하는 언니 돈(제네비에브 레몬)과의 관계 때문에 삶이 엉망이 된다.
그토록 가족은 그에게 불행의 근원이지만, 쉽게 도망칠 수도 없는 것이 문제다. 「길버트 그레이프」의 괴물같이 비대한, 그래서 길버트에게 책임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어머니 역할을 이 영화에선 뚱보 스위티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푸른 뉴질랜드의 바다와 원시림, 그 풍경 속 한 여성의 완강한 침묵과 피아노 소리의 변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제인 캠피온감독. 「스위티」는 89년에 만들어진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블랙코미디와 멜로드라마 형식을 오가며 두 자매의 입사식을 다루는 이 영화에는 기묘한 클로즈업과 균형잡히지 않은 앵글, 이야기의 갑작스런 생략등이 사용되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장치들과 이제 막 성년의 문턱에 선 두 자매의 비현실을 거침없이 연접시킴으로써 여성의 일상과 팬터지를 표현하는데 독특한 솜씨를 발휘한다.
케이는 『이마에 물음표가 있는 남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언에 의해 루이를 만났다고 굳게 믿는 주술에 빠진 내성적인 여자. 루이와 함께 살던 중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스위티가 등장하고, 이후 영화는 이들의 그로테스크한 희비극으로 바뀐다.
스위티는 아버지의 과도하고 편중된 애정 때문에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을 소외시키려는 눈치가 보이면, 개처럼 짖어대거나 아무데서나 소변을 보는등 난동을 부린다. 뚱뚱한 알몸에 진흙칠을 하고 통나무집에 올라가 소란을 피우다 그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죽음을 맞는다. 이 이상한 죽음은 광기에 찬 가족사에 마침내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다.
아버지의 이기적인 애정 때문에 삶이 뒤틀려져버린 자매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스타일상으로나 소재상으로 모든 관객의 애정을 고루 받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 영화는 제인 캠피온의 영화 중에서 가장 충성스러운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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