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과 봉사의 일생 회고 조문객 줄이어「한국의 슈바이처」 고장기려 박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영안실에는 발인을 하루 앞둔 26일 조문객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진 가운데 희생과 봉사로 일관한 고인의 생애에 대한 회고로 숙연했다.
고인의 고결한 삶을 말해주듯 고인의 빈소는 여느 명사와는 달리 검소했다. 유족측은 속속 도착하는 조화를 감당 못해 리본만 빈소앞에 진열하고 꽃은 되돌려 보냈다.
빈소는 혹심한 추위만큼이나 분단의 아픔도 애절하게 느껴졌다. 빈소 한귀퉁이에는 91년 제3국을 통해 받은 부인 김봉숙(84)여사의 사진이 놓여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유족들에 의하면 김씨도 고 장박사처럼 50년에 남북으로 헤어진 후 평북 강계에서 의사인 장남 택용(62)씨와 함께 살면서 수절해왔다. 두 사람은 91년 서로 편지를 교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했으며 통일의 날을 기다리며 부부의 연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미국의 조카를 통해 전해받은 카세트테이프에서 「울밑에 선 봉선화야」 노래와 『통일이 될 때까지 죽지말고 꼭 살아달라』는 부인의 애절한 육성을 듣고 통곡했다고 한다. 91년 친자식처럼 돌봐온 간질환자들의 모임인 「장미회」의 꽃꽂이전시회에 참석해서는 「고목나무에 꽃이 피면 님이 오시려나」라며 북에 두고온 부인을 그리는 시를 읊어 주변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빈소에는 이날 상오 이수성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현재 강영훈 전총리, 한완상 전부총리, 한승수 전청와대비서실장, 조완규 전서울대총장등이 조문했다. 이순형 서울대의대학장과 의대 교수 1백여명은 병원에 출근하자마자 곧바로 과별로 잇따라 조문했다. 이학장은 고 장박사의 아들 가용(60·서울대 의대 교수)씨와 손자 여구(30·여구· 서울백병원 일반외과 전공의)씨를 위로하고 『평생 이웃 사랑을 몸으로 실천한 분』이라고 회고했다.<권혁범 기자>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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