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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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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에서는 지금 현역 의원들의 다음 선거 불출마 선언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용퇴를 밝힌 의원은 상원 12명, 하원 18명. 상원 12명 출마포기는 1896년 이래 최고 기록이다. 이중에는 샘 넌 외교위원장, 데이비드 프라이어 세출위원장등 쟁쟁한 중진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나 한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의원은 모두 10여명. 그중에는 다음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도 있지만 계속 해볼 만한 실력을 갖춘이도 없지않다. 그런데 왜 그들은 그렇게 좋다는 의원직을 일찍부터 포기하려는 것일까.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서울의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남재희 위원장은 26일 「시대의 흐름이 크게 달라져 후배에게 길을 열어줄 때가 됐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미국 정치인들이 물러나는 이유로 내세우는 「나의 시대는 이제 갔다」는 것과 흡사하다. ◆한국에서는 소위 양김전쟁에 나라가 인질이 되어 있다는 정치 상황분석이 있다. 비슷하게 미국에서도 클린턴과 깅리치의 싸움으로 정부기능이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동일하다. 그래서 양국 정치인들의 퇴진이유중에는 현실정치에 대한 환멸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른 점도 있는 것같다. 미국의 경우 은퇴면 은퇴로 끝나는 것이다. 「남은 인생을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말 그대로다. 그리고 자발적이다. 한국의 경우는 여운의 꼬리표가 남는다. 출마포기 종용설에 반대 급부설이 그것이다. 불출마가 곧 은퇴는 아니라고 주석을 다는 사람도 있다. 은근히 다른 자리를 또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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