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터키 총선,회교주의 기치 「복지당」 승리 파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터키 총선,회교주의 기치 「복지당」 승리 파장

입력
1995.12.27 00:00
0 0

◎“정교분리 무너지나” 서방 긴장/“과반의석 확보못해 정국주도 힘들것” 분석도터키총선에서 「회교국가로의 회귀」기치를 내건 복지당(RP)이 제 1당으로 부상함으로써 서방진영을 아연 긴장시키고 있다.

이슬람통치를 목표로한 복지당은 25일 총선 최종 집계결과 21.32%의 득표율로 승리, 총 550석의 의석 중 150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탄수 실레르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정도당(DYP)은 2위자리마저 중도우파 야당인 조국당에 내주고 3위로 전락했다.

4년전 총선에서 불과 12%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던 복지당의 대약진은 실레르총리내각의 경제적 실정에 대한 민심 이반에서 비롯됐다. 실레르총리가 지난해부터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정부지출 삭감, 공공요금 대폭인상 등 초긴축정책이 실패, 올초 리라화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생계가 더욱 힘들어진 대도시 빈민과 공무원계층이 대거 복지당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복지당의 제 1당 부상을 계기로 서방측이 특히 예의주시하는 대목은 터키의 외교노선 수정 가능성이다. 복지당이 총선에서 ▲맹목적인 서방 협조 반대 ▲이라크 북부 감시활동을 이유로 주둔한 미군의 기지사용 거부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복지당은 또 실레르총리가 유럽측으로부터 어렵게 얻어낸 무역특혜협정 비준을 거부하는 등 현정권의 친서방 노선에 제동을 걸어왔다. 네크메틴 에르바칸 복지당 당수는 『앞으로 터키가 세계를 보는 관점과 세계가 터키를 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이라며 회교 원리를 근간으로한 새로운 터키를 만들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당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외교정책의 변화는 물론 사회 변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지당은 그동안 대학내 모자착용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을 폐지할 것을 주장해 온데다 회교식 턱수염을 기르고 매주 금요일 직장내에서 회교식 기도를 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복지당의 부상을 「찻잔속의 태풍」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비록 최대 득표 정당이기는 하지만 헌법개정에 필요한 의석(3분의 2)은 커녕 과반수도 확보하지 못한데다 중도 우파정당들도 복지당과의 연합가능성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제 2, 3당인 조국당과 정도당이 26일 연정구성을 합의함에따라 복지당이 정국을 주도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1923년 터키공화국 출범이후 금과옥조처럼 유지돼온 정교분리원칙이 복지당의 부상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터키 총선에서의 회교주의 세력 부활은 터키와 군사동맹을 한 서방측에 외교적 부담과 우려의 불씨를 안겨준 것만은 분명하다.<이상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