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활동 생생히… 관급기사는 흠지방자치는 생활의 정치다. 지방자치는 대통령과 정당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중앙정치에서 국민들이 수동적 구경꾼이나 정책의 대상에 그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방자치의 중심개념은 참여다. 이때문에 지역대표의 선발과정부터 중요한 안건의 토론과 결정까지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고 장려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제야 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우리의 지방자치는 계속 터져나오는 대형사고와 정치적사건들 때문에 국민의 뇌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신문과 방송은 지자제출범 100일을 기해 이문제를 한 차례 조명해본 뒤 비자금과 5·18정국에 파묻혀 버렸다.
이 같은 점에서 한국일보의 시도는 선구적이다. 한국일보는 12월초부터 고정지면을 만들어 지방자치 현장을 다루고 있다. 1일에는 공무원들의 해외 배낭여행과 장성군의 「21세기 아카데미」강좌를 소개했다. 8일자에는 개선되고 있는 민원행정 현황과 광주의 멀티미디어 박람회 관련기사 등을 실었다.
15일에는 지방정부들의 재정확보를 위한 사업소개, 광주시의 5·18특위 위원장 인터뷰를 주요뉴스로 다뤘으며 22일에는 마산의 개항 100주년 기념행사, 각 기초단체의 친절행정을 위한 민원업무 개선 움직임을 보도했다. 모두 과거 지방판에 조그맣게 취급되던 기사들이다.
지방자치면의 신설로 새로운 공간이 열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일보는 이지면을 통해 전국의 지자체 현장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우리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현상이나 문제를 짚어보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시골 소도시의 시장이 추진하는 행정개혁이 전국의 독자에게 알려지고 농어촌에서 진행되는 풀뿌리 경제개혁이 대도시 정책 담당자의 안목을 바꾸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신문의 역할은 중요하다. 주민의 참여는 결국 언론의 열린 공간이 매개돼야 하며 서양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토대로 강조하는 「유식한 대중(Informed public)」은 언론과의 지속적인 접촉으로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서양의 신문은 모두 예외없이 지방신문임을 자부하고 자기지역 문제를 가장 중요한 뉴스로 취급한다. 이렇게 보면 한국일보의 지방자치면은 아직 첫걸음에 불과하다. 우선 눈에 띄는 문제점은 기사의 관급성이다. 자세히 읽어보면 취재영역은 크게 확장됐으나 대부분의 기사가 관청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역의 쟁점과 자치기구의 행정실태를 비판적으로 취재하는 역량이 부족해보인다.
신문이 주민의 참여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관리들이 발표하는 정책이나 사업계획만을 취재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맥락에서 지방자치만을 담당하는 전문기자나 칼럼니스트를 발굴해서 육성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하루에도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결정들이 내려지고 정책 안건들이 토론된다. 식견있는 칼럼니스트를 통해 사실 보도가 취급하기 어려운 문제와 측면들을 한층 흥미롭게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버려져 있다시피한 지방자치의 현장을 고정적 지면을 통해 조명하고 있는 한국일보의 시도를 높이 사고 싶다. 이같은 실험이 좀 더 의미있는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인재 발굴과 자원 투입을 기대한다.<이화여대교수·신방과>이화여대교수·신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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