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건교부 “미완성 2중주”/정책가속력 불구 곳곳 허점·인사문제 등 잡음/「효율화·세계화」 걸맞게 개개인 의지 뒷받침돼야정부는 지난해 12월23일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대대적 조직수술을 전격 단행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양대 산실이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고 건설부와 교통부가 건설교통부로 일원화했다. 기획원산하 공정거래위원회는 독립부처로 발족됐고 상공부 체신부는 통상산업부 정보통신부로 간판을 바꾸었다. 23일로 정부조직개편 1주년을 맞는다.
1년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확실히 엇갈리고 있다. 당초 목표를 향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아직은 「여전히 크고 비효율적이며 세계화와 동떨어진 정부」란 시각이 많다.
조직개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재경원의 탄생. 기획원과 재무부에 분할돼있던 예산 금융 세제등 3대 경제정책수단을 한군데 모아 정책 탄력성을 극대화한다는 이상으로 통합된 재경원은 문자 그대로「경제권부」였다.
조직개편전에 비하면 경제현안에 대한 대응은 확실히 빨라졌다. 과거같으면 부처간 오랜 협의를 거쳐야 할 사안들이 이젠 재경원내 국·실간 협조만으로도 해결될 수 있게 됐다. 부동산실명제를 비롯, 경기진정책 물가안정책 중소기업육성책등 올해 쏟아진 주요정책들이 모두 그랬다.
문제는 권한의 집중이었다. 정책수단이 없는 타 부처들로선 무슨 일이든 예산 금융 세제등 칼자루를 쥔 재경원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부처간 수평적 협조를 뒷받침하던 세력균형은 사라졌고 재경원은 본의든 아니든 독주하게 됐다. 「공룡부처」란 불명예스런 별명까지 얻게 됐다.
기획원과 재무부, 문화도 다르고 승진서열도 다른 양대 엘리트집단을 한데 모아놓다 보니 불협화음도 만만치 않았다. 통합으로 사람보다 직책이 더 많이 줄어든 탓에 인사때면 지분에 대한 뒷말과 함께 자리다툼이 치열했고 「인공위성」으로 불리는 수많은 연수·파견인력의 보직처리문제는 아직도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서서히 개선되고는 있으나 아직도 『물리적 봉합엔 성공했지만 화학적 융합은 멀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같은 「한지붕 두가족」살림은 건교부도 마찬가지다.
정부조직개편의 취지와 방향은 옳았다. 그러나 준비없이 전격 시행된 탓에 허점과 불균형을 잉태할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젊은 공무원들에게서 「통합문화」가 싹트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지만 어쨌든 조직개편의 진정한 완성까지는 상당한 적응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세계화 효율화 규제완화는 결국 사람의 문제다. 조직은 이같은 과제해결을 위한 환경조성작업에 불과하며 그 자체에 선악은 없다. 조직이 어떻게 개편되었든 공무원 개개인의 세계화 효율화 규제완화 의지가 없으면 「작고 효율적이며 세계화한 정부」의 구현은 불가능하다. 정부조직개편 1년의 평가내용은 이점에서 공직자 개개인의 1년에 대한 자체 평가와 같은 것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