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1일 쟁의기간중의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 「무노동 부분임금」을 인정했던 종전의 판례를 뒤엎고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그동안 노사간의 뜨거운 쟁점이었던 「무노동 부분임금」이냐 「무노동 무임금」이냐의 문제에 대해 적어도 법리적으로는 일단 매듭을 지어 놓은 것이다.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는 여전히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무노동 무임금」이 정착토록 노사가 협력하는 문제만이 남아 있다. 특히 노조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와 사용자들도 노조들의 자세전환이 용이하도록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임금이 근로의 대가」라는 일반적인 기본개념을 수용한 것으로 타당하다 하겠다.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임금이 노동의 대가로 지불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무노동 부분임금」의 판결이 나왔었던 것은 임금에는 단순히 근로자로서의 지위 때문에 발생하는 생활보장적 임금이 있다는 임금2분설에 근거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식비, 정근수당 등이 노동여부에 관계없이 지급돼야 하는 생활보장급이라는 것이다.
임금2분설은 미시적인 변칙이론으로 일본에서 부분적으로 채택되고 있을 뿐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들에서는 모두 「무노동 무임금」이 채택돼 왔다. 대법원의 판결은 세계적 대세를 따른 것이다. 노조들도 이를 노동운동 선진화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노조들은 쟁의기금을 비축, 이것으로 파업 등 쟁의기간중에 노조원들에게 급료등을 지급한다. 쟁의기금은 물론 노조원들로부터 받아들이는 조합비로 조성된다. 이 때문에 쟁의의 성패는 쟁의기금의 다소에 달려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우리나라 노조들은 노조활동이 본격화된 역사가 일천하여 아직 쟁의기금모금이 극히 미미한 상태다. 쟁의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 쟁의기금에 대한 개념이 정확히 인식되고 있지도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노조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파업등 쟁의행동에 나서왔던 것이고 실제로 파업 사업장중 60∼70%가 파업기간중의 임금을 지급해 왔다. 정부조차도 파업의 조기수습을 위해 묵인해 온 점도 없지 않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경직된 것만은 아니다. 노사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무노동 무임금」원칙에 예외를 둘 수 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역시 노사의 공존과 협동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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