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 헬기격추사건 “첫 장애”/김정일체제·한미공조 변수로평양에 북미연락사무소가 내년초에 개설되는것은 미국의 당초계획 보다는 1년이상이 늦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평양에 성조기가 나부끼고 북미 적대관계가 공식적으로 청산된다는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그리 늦은 것도 아니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얘기이다.
북미관계개선은 93년 3월12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가 첫 계기가 됐다. 이후 지루한 협상끝에 지난해 10월21일 역사적인 제네바 북미합의문이 발표됐다. 양측은 이때 향후 6개월 이내에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교환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핵협상과정에서 북미간 수교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예정대로 같은해 12월6일 1차 전문가회담이 워싱턴에서 열려 북한대표단이 처음으로 워싱턴을 공식방문 할때까지만 해도 연락사무소가 곧 개설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같은달 17일 미군헬기 1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군에 의해 격추돼 조종사 2명중 1명이 사망하는 돌발사고가 발생하자 회담은 삐끗거리기 시작했다. 생존 조종사인 보비 홀 준위가 송환되긴 했지만 송환과정에서 정전위가 배제된채 북미가 직거래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고 이는 우리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이후 연락사무소 개설은 북한의 의도적인 「속도조절」과 미국의 「기술적 문제」, 남한의「한미 공조체제」요구가 서로 맞물려 우여곡절을 겪게된다.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포함한 북미관계 개선에는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김정일체제의 공식출범이 늦어지는 와중에서 갑자기 이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관측통들은 북한이 개방에 자신이 없어서 그럴것으로 추측했다. 북한은 이 와중에서 남북간 긴장 상태를 오히려 고조시켰다. 또한 일방적으로 정전위에서 철수, 평화협정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수로협상 과정에서는 「한국형」수용 여부를 놓고 북미간의 핵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위협도 했다. 북한이 속도조절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내면에는 김일성사망과 김정일의 승계지연, 핵심부의 의견불일치등 등 내부사정이 있었다는게 정설이다.
미국은 ▲영사보호등 연락사무소 기능 ▲외교관의 특권과 활동범위 ▲통신 및 건물부지선정 ▲평양주재 미외교관과 외교행낭의 판문점 통과 보장등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한편 우리 정부는 한미공조를 한층 더 강화하면서 남한이 배제된 북미간 접촉을 견제 해야만 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북·일관계 개선에도 영향조짐/일 “미도 하는데 우리도” 수교 등 적극자세
미국이 내년 3월이전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한 방침과 관련, 일본정부도 북한과의 수교협상을 서두르는 한편 이와는 별도로 수교이전에 북한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그동안 국교교섭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북한에 50만톤의 쌀을 지원하고 외무성 간부들을 통해 대화재개 신호를 여러차례 보냈지만 그때마다 북한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은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수교 교섭 준비를 계속해 왔다. 동아시아무역연구회 대표단이 지난달 7일부터 일주일간 북한을 방문한 것도 그 준비작업의 일환이었다. 대표단은 북한의 국제무역촉진위원회측과 ▲양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쌍방의 인적교류를 강화한다 ▲양국 상사간 상품거래에 관한 일반조건을 국제경제환경에 맞게 수정한다 ▲경제교류의 확대·발전을 위해 국교정상화 실현을 희망한다는 등 4개항에 합의하는 「성과」를 올렸다.
표면적으로 동아시아무역연구회는 민간협의창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북한과 무역거래 실적이 있는 기업들의 모임인 「일조무역회」와 북한관계 연구조사를 위해 설립된 「동아시아무역연구회」를 확대 통합한 단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대북접촉에 가장 효율적인 기구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방북대표단에는 일본경제의 총본산 게이단렌(경단련)의 아시아부장이 포함돼 있어 양국의 경제관계 발전에 관한 협의가 심도있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국교교섭에 냉담한 입장을 고수하던 북한도 상당히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김용순 북한 노동당비서가 최근 자민당의 야마자키 다쿠(산기척) 정조회장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과 일본의 관계진전을 위해 고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씨를 대신해 노력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일본과의 국교교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측은 북한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경수로 제공협상이 타결되자 최대 외교현안인 일본과의 국교교섭문제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외무성 관계자는 『미북관계가 급진전되면 북한의 다음 상대가 일본이 될 것이 확실한 만큼 북한과의 정치·경제적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해 일본정부내에서 교섭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다.<도쿄=이재무 특파원>도쿄=이재무>
□북·미연락사무소 개설일지
▲93.3.12=북한 핵확산 금지조약(NPT)탈퇴선언.
▲93.6.2=북미 1단계고위급회담(강석주·로버트 갈루치,뉴욕).
▲94.6.15=카터 전미대통령 평양방문,김일성과 회담.
▲94.6.17=카터 전미대통령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 발표.
▲94.7.8=김일성 사망.
▲94.10.21=제네바 기본합의문 타결.
▲94.11.19=대북 경협완화조치발표.
▲95.1.20=미,대북제재 1단계 완화조치발표(통신 여행 자유허용).
▲95.3.9=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공식발족.
▲95.4.10=북미간 직통전화 개설.
▲95.6.12=북미간 콸라룸푸르 고위급 경수로회담 타결.
▲95.12.15=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북한과 경수로 공급협정서명.
▲95.12.22=미 한국에 연락사무소 내년초 개설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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