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대통령이 이미 예고된 대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 노태우씨와 함께 전직 두 대통령이 동시에 재판을 받게 되어 또 한번의 헌정사상 첫 기록이 이뤄지는, 착잡하고 곤혹스런 시점이다.전씨의 공소장에 기록된 혐의는 군형법상의 반란수괴·불법진퇴·지휘관계엄지역수소이탈·상관살해·상관살해미수·초병살해 등 여섯가지. 앞으로 5·18특별법통과에 따라 12·12에 이어 5·18관련 내란·내란목적살인 및 살인미수죄 등 세가지 혐의도 추가 기소되리라는 것이어서 한때 나라를 이끈 전직 대통령에게 걸린 엄청난 죄목에 당혹감도 느끼게 된다.
전씨의 기소까지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작년 10월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있었다가 개전의 정이 없다는 등의 중대한 사정변경을 이유로 역사상 첫 사전영장에 의한 전직 대통령 전격구속에 이어 이날 기소되기에 이른 것이다. 또한 구속된 전씨가 19일째 교도소에서 단식을 감행, 병원으로 급거 이송된 시점에서 기소되는 일까지도 겹쳤다.
하지만 이같은 일련의 과정과 진통이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한 도도한 시대적 흐름의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일이기에 이번 기소의 역사성과 의미가 더욱 부각된다 하겠다.
전씨의 기소를 맞아 우리가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오로지 냉철한 사법적 판단에 의해서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직대통령에 대한 단죄란 자칫 보복적 차원의 정치적 판단에 흔들리기 쉽고, 힘에 의한 민주권력찬탈과 양민학살혐의라는 게 국민적 공분도 사게 마련이어서 노도와 같은 여론에 휩쓸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직대통령이란 존재는 아무리 중죄의 피고인일망정 결코 가벼이 다룰 수는 없는 것이기에 역사앞에서는 물론이고 어떤 반발과 항변에도 그 단죄행위가 떳떳할 수 있으려면 오로지 법과 사법적 양심에 따른 냉철한 규명과 판단이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씨의 재판을 맡은 사법부의 책임이 너무나 크다. 그동안 우리 사법부는 12·12에서 5·17, 5·18에 이르는 시대적 격동과 국가적 중죄혐의의 판단책임에서 어쩔 수 없이 벗어나 있었다. 검찰이 사법부에 앞질러 기소유예 또는 공소권 없음이란 결정을 내려 사법적 판단을 막아왔던 셈이다. 그래서 이제야말로 비로소 사법부의 양식과 법의 정신을 냉철한 사실규명과 판결로 역사앞에 보여줄 때인 것이다.
공권력에 의해 일단 기소된 전씨도 단식투쟁등의 개인적 울분 표시를 이제 거두고 사법적 진실규명과 판단에 겸허히 협력해야 한다. 이것은 의무요 책임이자 자신의 권리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것은 냉정한 사법적 판단이 있을 뿐이다. 온 국민은 그 과정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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