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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의 약(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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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의 약(장명수 칼럼)

입력
1995.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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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은 20일 취임후 네번째의 대폭개각을 단행했다. 대폭개각으로는 네번째지만, 지난 34개월 동안 총리가 5번, 통일부총리가 6번 바뀌었으니 개각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별로 뜨겁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이번 개각 발표가 있자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내년 4월 총선직후에 또 총리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데 이수성씨는 왜 임기가 3년이상 남은 서울대 직선총장 자리를 떠났을까요』

『통일원 관리들은 지난 3년동안 새 장관들에게 브리핑하기 바빴다는데, 이번에 또 장관이 바뀌었군요. 북한이 워낙 죽을 쑤니 망정이지, 대북한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너무 가볍게 보는것 아닙니까』

대통령이 개각을 하는 것은 더 능력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국정의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고, 민심수습이니 국면전환이니 하는 것은 본질일 수가 없다. 그런데 어느덧 본말이 뒤바뀌어 총리나 장관의 수명을 「다음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기까지」로 보는 시각이 생긴것은 유감스럽다. 소중한 자기일을 떠나 국정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길어야 일년일텐데 왜 자기직업을 버렸을까. 내년 4월이후에도 그 자리에 남아 있을까』라고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다면, 정부부처내에도 그런 분위기가 퍼져 있다면, 참으로 우려할 사태다.

너무 잦은 개각으로 개각의 약(약효)는 거의 떨어졌는데, 많은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개각 안하나』라고 공연히 기대하고 있다. 새 인물의 능력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변화 자체에 대한 기대는 다분히 현실파괴적이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험난한 시대를 살면서 경력에 크고 작은 흠이 생긴 사람들이 많고, 참신하면서도 유능한 인물이 그렇게 많을리 없으니, 개각은 늘 만점을 받기 어렵고, 사람들은 은연중에 다음 개각을 기대하게 된다.

오인환 공보처장관을 「문민정부의 천연기념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김대통령은 취임초 『나와 임기를 같이 하는 장관이 여러명 있을것』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임기를 같이 할 가능성이 있는 장관은 오장관 한사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수장관이 이처럼 드물었던 것은 유감스런 일이지만, 앞으로라도 내각의 수명이 좀 길어져야겠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대통령은 독주를 멈추고 단원 각자의 소리를 끌어내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유능한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돼야 한다. 내각의 화음으로 균형잡힌 화합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인재를 발탁했다해도 대통령이 계속 독주한다면 그는 제대로 소리 내지 못할 것이다. 개각뉴스로 온 나라가 들뜨는 덧없는 소동은 가능하면 줄여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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