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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오대 의대강사 곤도씨 「암은 자른다고 낫는 것인가」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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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오대 의대강사 곤도씨 「암은 자른다고 낫는 것인가」 발간

입력
1995.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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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되도록 수술하지 말라” 충격 메시지/일 의사가 쓴 의학서 “잔잔한 파문”/“암세포 제거커녕 전이만 촉진” 색다른 주장/기존상식 뒤엎어 출간 두달만에 3판 돌입『암은 수술을 해도 나을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수술로 불필요한 고통과 부작용의 기회만 늘어난다』 알기쉬운 의학저술로 일본 주류의학계에 잇달아 도전장을 내놓고 있는 곤도 마코토(근등성) 게이오(경응)대 의대강사가 새로 내놓은 「암은 자른다고 낫는 것인가」(신조사간)가 던지는 메시지는 충격적이다. 이 책은 「암은 초기에 발견해 수술하는 것이 최선이고 진행암의 경우도 수술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일본의학계의 상식을 철저히 깨부수고 있다. 지난 10월말 초판이 나온 이래 이달초 재판이 나왔고 20일께 3판인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의학서치고는 만만찮은 이같은 인기는 일본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암수술의 예를 통해 현역의사인 저자가 행하는 상식파괴가 실로 혹독한 때문이다.

저자는 우선 직경 2㎝의 유방암을 진단받고서도 수술을 하지 않고 4년뒤 옆구리에 거대한 암세포의 혹을 단 상태로 자신을 찾아왔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암과 암에 의한 죽음이 생각만큼 그리 고통스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다. 끝내 수술을 받지 않고 자연사를 연상시키는 죽음의 길을 가는 동안 이 환자는 특별히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다. 이 환자의 선택은 생명연장의 가능성이 불투명한 수술로 젖가슴을 잃는 심리적 고통만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내린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반면 명백한 말기 암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도쿄(동경)여대병원이 감행한 유명한 TV쇼 사회자 이쓰미 마사타카(일견정효)씨의 3차위암수술을 예로 들어 암수술의 무모함을 지적한다. 이미 복막에 전이돼 아무리 대량의 적출을 행하더라도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3㎏의 장기를 적출한 이 수술은 의료진의 오만과 어리석음 이외의 어떤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재수술과 3차수술 당시 주로 칼을 댄 부분이 이전의 수술 봉합부위였다는 분명한 증거를 들어 1차수술 자체가 암을 제거하기는 커녕 전이를 도왔다고 주장한다.

초기암으로 진단된 경우도 이미 전이의 가능성이 있으며 암수술이 100%의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이 될 수 없는한 오히려 전이를 촉진할 뿐이다. 그러나 「암세포는 수술로 난폭해진다」는 속설도 거부된다. 암세포의 성질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암세포가 전이해 착종하기 어려운 장기의 벽이나 복막에 칼자국과 봉합자국을 내 「발붙일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 암수술이라고 단정한다.

한편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후 5년이상 생존할 확률이 높다는 상식도 부인된다. 암세포의 분열속도로 보아 직경 5㎜∼2㎝의 상태에서 발견하기 위해서는 두달에 한번정도는 조직검사를 받아야 되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연히 발견되는 것일 뿐이며 초기암의 수술성공은 그냥 두었을 때와 비교해 별차이가 없다. 또한 수술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유방암의 경우도 대부분의 초기수술은 암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어 대개는 암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수술이 이처럼 특별한 이점이 없는데다 더욱 문제인 것은 수술 자체가 갖는 위험성이다. 저자는 식도암수술을 받고 병상에서 일어나 보지도 못한채 합병증으로 숨진 TV뉴스 캐스터의 예를 들어 수술의 위험성을 환기한다. 자칫하면 수술로 각종의 염증이 일어날 수 있다. 이자를 부분적출할 경우 이자액이 작은창자 이외의 조직으로 흘러들어 혈관벽을 「소화」시켜 동맥파열을 일으키는 등의 위험도 있다.

방사선의사의 입장에서 수술대신 방사선치료를 권하는 것도 아니다. 수술직후의 방사선치료는 염증을 막는 백혈구를 우선 파괴해 합병증의 위험을 배가시킨다고 경고한다.

「되도록 수술을 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다만 암수술의 실상과 수술의 위험성등을 의사들이 환자에게 알려야 하며 환자는 이를 충분히 알고 생명을 건 도박을 자기판단으로 행하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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