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행사소외계층 적극 끌어안기 등 양면전략 전망/의회내 반대세력 절반수준… 「과거회귀」 는 쉽지 않을듯러시아총선은 극좌인 공산당의 재기와 극우인 자유민주당의 건재를 확인한 자리였다. 91년 불발 쿠데타로 몰락했던 공산당의 부활은 러시아 정국은 물론 러시아의 국내외 정책에 상당한 파장을 던질 전망이다. 공산당의 승리로 귀결된 「12·17 러시아총선 이후」를 3회에 걸쳐 정리해 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이번 총선은 러시아사회에 잠복해 있는 보수회귀 세력의 존재를 드러내 주는 계기가 됐다. 공산체제로의 회귀와 구 소련의 부활등을 내세운 러시아 공산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이들의 정치세력화가 급격히 진행됐음을 뜻한다. 2,500만명에 이르는 연금생활자등 개혁정책의 소외계층을 지지기반으로 한 이 세력의 목표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정책의 중단과 구소련식 사회보장제도의 재도입이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총선승리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은 시장 개혁정책과 이를 추진하는 체르노미르딘 총리 정부에 대해 불신임 판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주가노프는 시장개혁정책의 중단과 국영기업의 민영화금지, 생필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 사회보장 수준의 획기적 향상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산당은 내년초 새 의회가 개원하면 자매정당인 농민당등과 연계해 개혁중단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옐친정부에 대한 총공세를 벌이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개혁정책의 역류 가능성과 정국혼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공산세력의 「과거회귀」 대공세가 실제로 효력을 발휘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러시아 경제평론가인 미하일 젤라킨은 『이번 선거결과가 러시아의 경제체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통령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현 헌정체계에서는 의회의 일정세력이 헌법을 개정하거나 대통령의 거부권을 번복할 수 있는 3분의 2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정책방향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다』며 『공산당 연대세력은 많아야 과반수 정도』라고 평가했다.
미국 독일등 서방국가들도 상당수의 국영기업이 민영화하고 신흥기업 계층이 부상하는 등 경제개혁이 상당히 진척돼 보수세력이 이같은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산세력의 공세에 대한 옐친 대통령의 태도는 확고하다. 그가 마련한 대응책은 지속적인 개혁정책의 추진이다. 의회측이 개혁정책에 제동을 거는 결의안을 채택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고 시장경제 도입과정에서 소외된 약자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보수세력의 공세를 무디게 만드는 등의 강온 양면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옐친은 총선전 예상과는 달리 체르노미르딘 총리에게 개혁추진역을 계속 맡기되 현 정책노선에 약간의 수정은 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옐친은 그러나 최악의 경우를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듯 하다. 93년과 같이 의회와 행정부간에 치열한 대결 국면이 조성될 경우 비상통치등 긴급조치의 도입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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