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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 세우기」여론 선도를/이필상 고려대교수(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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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 세우기」여론 선도를/이필상 고려대교수(나의 지면평)

입력
1995.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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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따라 논조급변 국민불신 가중/과거청산 작업의 순수성 유지해야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유린하고 역사를 왜곡한 두 전직대통령을 구속했다. 그리고 헌정파괴행위와 정경유착 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처벌에 나섰다. 이는 일제 이후 뿌리를 내린 반민 독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역사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갈채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대가를 치르더라도 과거청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나라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과거청산 작업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두운 과거를 스스로 청산해야 할 정치권이 상대방 죽이기 싸움을 벌이고 있어 과거청산 작업은 전도가 불안한 상태이다.

현상황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의 성패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곳이 언론이다. 언론이 국민여론을 어떻게 조성하는가에 따라 이번 작업이 정치극으로 표류할 수도 있고 명예혁명으로 승화할 수도 있다.

국내 언론은 아직도 권력과 영합하고 시류에 따라 논조가 바뀐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언론은 두 전직 대통령이 권력을 잡기 위해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양민을 학살할 때 방조하거나 묵인했다.

문민정부가 출범하자 언론은 새 정치권력을 의식하여 5·18사건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자는 주장에 동의했다. 그러다가 김영삼 대통령이 5·18특별법 제정을 지시하자 언론은 논조를 급격히 바꿨다. 두 전직 대통령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파렴치한 독재자라고 전제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촉구했다.

결국 언론은 힘을 잃고 쓰러진 권력자에게 몰매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청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의혹과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틈타 수구세력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과거청산에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불안은 문민정부가 과거청산에 일관된 의지를 보이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언론 역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했다. 언론은 먼저 자신의 굴절에 대해 겸허한 반성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보도의 순수성을 회복한 다음 과거 청산작업의 당위성을 주장해야 한다.

언론은 이번 과거청산을 정치권력의 정략이 아니라 역사 바로 세우기 과업으로 모든 국민이 명예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여론을 이끌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언론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즉 언론을 통제하여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대선자금의 뇌관을 피하고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과거청산 작업은 우리 역사에 또 다른 불행을 심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언론은 이 오명을 벗어야 한다. 그리고 과거청산 작업에 순수성을 유지하고 국민의 힘을 모으는데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일보는 11일부터 16일자에 걸쳐 「12·12반란」 「최규하씨 증언」 「5공비리」 「5·18헌소」등의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해서 과거를 강하게 부정하고 진상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보도였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과거 반성이나 재조명이 없어 정직한 호소로서 설득력은 부족했다. 우리나라 언론의 선두주자로서 과거를 솔직히 인정하고 정론을 펴는 새로운 모습이 아쉽다.<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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