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헝그리 베스트 5」 일 작품 연상TV에서 좋은 만화영화를 소개할 때 빼놓지 않는 작품이 있다. 중국이 60년대에 만든 「피리부는 소년」이다. 붓으로 그린 애니매이션이 동양의 산수화나 인물화를 연상시킨다. 내용도 중국 어린이에 비친 사회와 동심을 잔잔하게 그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만화영화는 갈수록 고유의 선 및 얼굴형태와 정서를 잃어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23, 24일에 잇따라 개봉되는 「헝그리 베스트5」와 「홍길동」에서도 보인다. 제작과정의 대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색채나 음향, 움직임등은 많이 나아졌지만 캐릭터와 영상은 일본만화와 비슷해지는 폐단이 생기고 있다.
23억원이란 제작비를 투입한 「홍길동」은 67년에 만들었던 만화영화 「홍길동」을 현대 감각으로 되살린 것. 신동우 화백의 만화가 원작이다. 홍길동과 곱단이가 조선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악의 화신 골반도사를 무찌른다. 총감독은 신동헌씨이지만 연출(「드래곤볼 Z」의 야마우치 감독), 시나리오(세키지마 마요리), 애니메이션(AIC프로덕션)은 일본에서 맡았다.
골반도사의 모습이나 액션, 스토리전개등 많은 부분이 「드래곤 볼」을 연상시킨다.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일본만화에 익숙한 어린이들의 기호를 의식해 우리고유의 검법이나 권법을 외면한 우주만화류의 액션이 주를 이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섯명의 대학생이 농구팀을 만들어 승리를 이뤄내는 「헝그리 베스트 5」도 일본이 애니메이션은 물론 스토리 구성과 색배치까지 맡은 작품. 감동도 있고 농구경기 장면은 박진감이 있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일본의 청소년물에 나오는 인물들과 비슷해 우리 만화영화라는 느낌이 적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에 대한 의존은 작품의 완성도나 기술습득을 위해서 어느정도 불가피한 실정. 순수 국내기술을 고집하면서 제작중인 공상과학만화 「아마게돈」(1월 개봉 예정)도 음향효과와 사운드믹싱은 미국에서 도움을 받기로 했다.
영화관계자들은 해외수출과 국제화를 이유로 단순한 기술지원의 차원을 넘어 우리 고유의 특성까지 포기해 버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적불명의 만화영화가 어린이들의 정서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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