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동향에 대한 우리의 경각심은 언제나 가장 긴요한 과제다. 안보태세가 불안하다면 정치고 경제고 민생이고 간에 평상의 삶이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15일 안기부의 국회보고 내용은 충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증권시장의 급격한 하락세가 불안한 민심을 반영하고 있다.북한은 최근 휴전선 인근에 수백문의 장거리포와 로켓포, 전투기를 증강 배치하고 육군의 기동훈련을 강화하는 등 「6·25후 가장 강도 높은」군사적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장거리포의 위력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기능을 단시간 내에 마비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같은 북한 군사동향은 지난 한 주일 동안 미국 일본 및 국내 정보 소식통을 인용한 내외신 보도를 통해 반복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져 왔으므로 안기부의 이번 정세보고는 이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더 진전된 내용은 없다고 할 수있다. 그러나 국가안보의 정보를 마지막 선에서 판단하고 있는 안기부의 확인은 그 확인행위만으로도 민심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할 것이다.
이날 안기부의 보고 내용에는 군사동향 외에도 김일성 사후 북한의 정치·경제적 사정과, 이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대남 정치·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도 포함돼 있다. 북한은 지난 6년동안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만성적인 외화난에 시달리는 데다가 에너지난과 올여름의 수해로 인한 식량난이 겹쳐 사실상 「정상적인 국가로 기능할 수 없는 단계」라는 분석까지 나와 있다.
또 최고 통치권자인 김정일이 김일성 사후 정치적 입지가 불안해 군부에 기대고 있으며 실제로 북한은 이미 군사통치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며칠전 김영삼 대통령이 평통자문위원 오찬석상에서 언급한 바 있다. 북한군부는 최근의 인사에서 강성 인물들이 전면에 진출했으며 이들이 정치·경제·외교적 곤경을 군사적 수단에 의해 해결해 보자는 북한 내부의 견해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남한의 사회정세가 저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고 이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되리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같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사정이 가장 악화될 올 겨울에서 내년 상반기까지가 위험한 시기라는 것이 안기부의 종합적 판단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세분석에도 불구하고 한미 월례안보전략협의회나 다른 국내외 정보 소식통들은 북한이 당장 군사적으로 도발해 올 구체적 징후는 포착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 국민에게 지나치게 안보의식을 강조하는 것도 늑대소년의 어리석음에 빠질 위험이 있지만 대북 안보태세에 관한 한 당장의 위험이 없다 해서 허리띠를 풀어 놓을 처지는 아님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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