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경비대 무력부장 장악 전시체계 구축/권력승계 과도기 국내외정세 오판땐 위기15일 국회 정보위는 최근의 「심상치 않은」 북한내부상황 및 북한군 동향에 대해 권영해 안기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김영삼 대통령도 이달들어 이뤄진 각계지도자 및 원로들과의 면담에서 북한군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고취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아왔다.
권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군사·대남책동으로 볼때 올겨울과 내년 춘궁기가 김정일과 군부의 의지에 따라 대남도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종합평가를 내리고 그 요인과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권부장은 먼저 최근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군사력증강과 전력의 전진배치 및 전쟁물자 비축상황을 가장 위협적인 「이상징후」로 지적했다.
그의 보고에 의하면 북한은 대남공격을 위한 조기경보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지난 10월 전투기, 폭격기, 헬기등 90대이상의 항공기를 비무장지대(DMZ) 40이내로 전진 배치시켰다. 이중 IL 28 폭격기 1개연대는 서울 도달시간이 종전 30분에서 5분으로 줄었고 MIG 17기 70여대의 도달시간도 8분에서 6분으로 단축됐다. 이와 함께 김정일의 지시로 준군사력인 국경경비대 병력을 평시에도 무력부장이 장악하도록 하는등 전시지휘체계를 구축했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 1일부터 내년 4월까지 5개월간의 동계훈련에 들어간 군에 평소의 3배에 가까운 유류를 공급, 그 배경과 의도를 면밀히 분석중이라고 권부장은 밝혔다.
이와 관련, 북한은 내년도 해외공관의 운영비를 자체조달토록 지시할 정도로 경제난을 겪고 있음에도 김정일은 올들어 수차례 『인민경제를 미루더라도 군수생산은 무조건 보장하라』며 군비증강을 독려하고 있다고 권부장은 보고했다. 북한은 또 전국 2백여개의 지하갱도에 3개월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유류·양곡과 알코올등 공업원료 및 의약·생필품을 비축하고 있고 지금도 비축용 갱도를 계속 건설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이를 위해 기관·기업소별로 연간 소비재 사용량의 50%를 절약, 비축토록 하는 한편 수입유류의 일정량을 군수용으로 우선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부장은 북한이 이처럼 「위협책동」을 강화하는 이유를 세가지로 들었다.
김일성 사후 아직도 권력승계가 이뤄지지 못한 채 불안정한 과도기가 계속되는 북한의 정정 및 열악한 경제·식량사정, 내년에 일제히 선거정국에 돌입하는 미국 러시아 일본등 주변강국의 전환기적 상황, 그리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구속에서 비롯된 국내정국의 소용돌이등이 그것이다.
특히 북한은 우리의 정국이 그들의 혁명전략수행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권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당 및 군간부들에게 『남한정국은 상당기간 표류할 것이며 부정축재사건, 5·18문제등에 관한 여야공방으로 통치위기 심화와 함께 한총련 및 노동자계층에 의한 가두투쟁이 확산될 것』이라는 내용의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은 이런 대남관을 바탕으로 남한의 혼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책동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부장은 『이렇듯 북한지도부가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는 국제 및 국내정세와 총제적 파국위기에 직면한 북한체제의 난관 및 증강된 군사력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될 경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현재의 북한군 동계훈련이 곧바로 공격작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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