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부분의 가정은 자녀를 하나나 둘 두고 있고, 외아들 외딸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그 전세대에서는 외아들 외딸이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여 어리광이 심하고 이기적이고 버릇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선입관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었다.많은 자녀들을 낳아서 은근한 애정으로 키우던 옛 부모들에 비해서 요즘 부모들은 적은 수의 자녀를 그야말로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딸을 차별하던 것은 옛날 이야기고, 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귀하게 키운다는 부모들이 많다. 딸에 대한 태도는 이처럼 달라졌으나, 며느리에 대한 기대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외딸과 외아들이 결혼하여 서로 자기만 위해 달라는 것도 어려운데, 시부모가 고전적인 며느리를 기대한다면 갈등이 일어나기 쉽다. 딸을 애지중지 키운 많은 어머니들은 자기의 며느리도 그렇게 자랐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래서 딸에게는 『시집살이를 요령껏 하라』고 말하면서 며느리가 그렇게 하면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50대 초반의 여성들이 모인 자리에서 며느리 이야기가 나왔는데, 처음에는 흉으로 시작했다가 『딸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나는 것을 보았다. 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들은 아침에도 밥먹는 것을 좋아해요. 국과 밥 달걀찜과 장아찌 정도만 있으면 맛있게 먹어요. 그런데 장가들고 분가하더니 아침을 굶는 날이 많다고 해요. 식사를 빵으로 바꿨는데 피곤한 날은 빵이 싫다는 거예요. 그 사실을 알고 화가 솟구쳤어요. 그런데 시집간 딸애가 자기도 남편 아침을 자주 굶긴다면서 나보고 참으라는 거예요. 어떤날 딸애가 피곤해서 늦잠을 자면 사위가 라면을 끓여 먹고 나간대요. 그말을 들으니 할말이 없더라구요』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고 하나하나 가르치는 수밖에 없어요. 세월이 흘러야 진심이 서로 통해서 가르치는 것도 고깝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지요. 사실 옛날의 효부들은 다 시어머니가 만들지 않았겠어요? 시어머니의 일거일동을 본받아서 배우다 보니 존경심과 사랑이 우러나와 효부가 되는거지, 의무감만으로 효부가 되는 것은 아닐거예요. 효부 뒤에는 더 훌륭한 시어머니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효부를 만드는 것은 시어머니라는 말, 며느리도 어제까지는 사랑을 듬뿍 받는 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말은 참 좋은 말이다. 그 말들은 시어머니들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 좋게 들렸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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