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평화협정이 14일 정식 조인됨으로써 보스니아가 평화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이제 남은 문제는 난민의 귀환과 포로교환, 전후 복구사업의 비용 분담, 연방정부 구성을 위한 통합선거,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우발적 전투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될 평화이행군(IFOR)의 현장 배치등이다.이번 협정이 과거 수차례 실패했던 것과는 달리 실효를 거두리라는 전망에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타협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클린턴미대통령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보스니아 평화정착에 앞으로도 다방면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둘째 냉전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세계에 군림하고 있는 미국의 개입이 유럽의 중재보다 교전 당사국에 더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평화이행군에 러시아와 독일이 참여함으로써 이들을 배후세력으로 의지하고 있는 세르비아계와 크로아티아계의 반발이나 전투행위를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됐다.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관련 국가나 보스니아 회교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전투에 참여해 온 이슬람 국가들의 파견군도 평화이행군 활동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셋째는 경제적 이익이다. 세르비아계의 공세를 지원해 온 밀로셰비치의 신유고 정부는 서방의 금수조치로 경제가 파탄 직전의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도돼 왔다. 파리협정 조인에 따라 이 금수조치가 풀려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보스니아 전후 복구사업을 위해 서방이 계획하고 있는 45억달러 규모의 원조도 매력적이다.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가 직접 그 혜택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접한 밀로셰비치정부도 복구사업의 참여가 허용됨으로써 경제회생에 적지않은 보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화의 장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파리협정이 미국의 힘에 의해 강요된 평화라는 점이다. 내전의 과정에서 「인종청소」라는 막다른 길까지 간 민족간의 증오심은 언제든지 다시 열전으로 타오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민족간 종파간에 서로의 잘못을 눈물로 참회하는 진정한 화해 없이 영구적인 평화는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평화이행군의 보스니아 주둔시한은 1년이다. 미국 의회는 이 조건으로 미군의 파병을 승인했다. 그 1년후 보스니아에 평화가 계속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오로지 민족간의 화해가 가능한가에 달렸다. 보스니아 평화협정을 보는 우리의 관심도 그 곳에 있다. 진정한 남북통일은 제도의 봉합이 아닌 이념의 화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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