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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문화계 결산 시/평론가 5인이 뽑은 올해의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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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문화계 결산 시/평론가 5인이 뽑은 올해의 시인들

입력
1995.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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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이윤학·유하 섬세한 시상 개성있게 표현/황동규 「풍장」 14년 연작시집 우리시사 한획그어/이윤학 「붉은 열매…」 소재 검박함·풍요로운 서정 돋보여/유하 「세운상가…」 대중문화에 포위된 도시젊은이 삶유종호 김재홍 황현산 이승훈 이광호씨 등 5명의 평론가 가운데 3명이 올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시인으로 황동규 이윤학 유하씨를 거론했다. 또 최승호 박서원씨가 2명의 추천을 받았다.

황동규씨는 14년 동안의 작업을 묶은 연작시집 「풍장」을 냈다. 죽음에 대한 초월적 친근감, 삶의 황홀을 주로 담고 있는 70편의 시는 시인의 예민한 오감과 현란한 상상력에 힘입어 살아 숨쉬는 듯하다. 읽는 이로 하여금 죽음에 이르는 시간과 그 사이에 놓인 수많은 사물의 생명에 대해 깨닫고 상상케 만드는 이 시집은 작업시간과 한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로 우리 시사에 한 획을 긋는 것으로 평가된다.

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윤학씨는 두 번째 시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에서 사소한 것으로부터 아름답고 섬세한 시상을 이끌어낸다. 변두리 저수지, 버려진 창고등 주로 잊혀지고 하잘 것 없는 사물에 주목하며 풍요와 소비에 갇힌 시대와는 동떨어진 길을 걷는 그의 시에서는 소재의 검박함과 풍요로운 서정이 돋보인다.

유 하씨의 시집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은 대중문화에 포위된 도시 젊은이들의 삶과 추억을 그리고 있다. 「무림일기」 「세상의 모든 저녁」등 앞서 낸 시집에서 보여준 대중문화에 대한 풍자에다 70년대 서울에서 커 온 젊은이의 문화체험이 녹아 있다. 퇴락한 고향 하나대가 갖는 정서와 도시풍경이 맞서면서 은근히 화해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물화한 삶의 비극적 정체를 즐겨 다루었던 최승호씨는 「반딧불 보호구역」에서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을 산문체로 그려내는 변화를 보였다. 새와 곤충과 꽃과 바람을 말하되 취하지 않아 오히려 시인의 심경이 뚜렷이 묻어난다. 박서원씨의 「난간 위의 고양이」는 자유로운 연상과 무의식의 논리를 좇아 병든 욕망과 정신의 해방을 노래하고 있다. 억압된 여성의 자아를 때로는 폭력적이고, 칼날처럼 섬뜩한 시어로 그렸다.

그밖에 정현종의 「세상의 나무들」 오규원의 「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 곽재구의 「참 맑은 물살」 박 찬의 「화염길」 조태일의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이가림의 「순간의 거울」 이성선의 「벌레시인」 장석남의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나희덕의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박태일의 「약쑥 개쑥」 김언희의 「트렁크」 최정례의 「내 귓 속의 장대나무숲」 노혜경의 「새였던 것을 기억하는 새」등이 거론됐다.<김범수 기자>

▲올해의 우수시인

황동규 이윤학 유하 최승호 박서원 정현종 오규원 곽재구 박찬 이기림 이성선 장석남 나희덕 박태일 김언회 최정례 노혜경 조태일 박용하

▲추천 평론가

유종호 김재홍 황현산 이승훈 이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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