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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문화유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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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문화유산을 찾아서)

입력
1995.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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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대신 조부잣집 영욕밴/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고소산성서 내려보는 지리산·섬진강 “일대장관”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는 섬진강이 하동포구를 만나면서 가랑잎처럼 둥글게 빚어놓은 땅이다. 이곳은 소설「토지」의 무대이기도 해서 평사리를 찾아와 최참판댁을 묻는 독자도 간혹 있다고 한다.

평사리에 최참판댁은 없지만 그 집과 견줄만한 조부잣집이 있다.

악양면 정서리 상신마을에 위치해있는 조부잣집은 구한말 서울 당주동의 큰 부자였던 조부자가 섬진강 일대의 토지를 사들이면서 16년에 걸쳐 완성한 대저택이었다.

귀목나무로 도리기둥을 한 집들이 무려 일곱채가 연이어져 장엄한 기와집골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몸채와 서행랑채, 무너져버린 연못 터만이 쓸쓸하게 남아있다. 한때 조부잣집 땅을 밟지 않고서는 하동땅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큰 부자였지만 조부자의 여섯 아들이 하나같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난봉꾼이었던 탓에 그 많던 재산을 모두 탕진해버렸다.

정서리에서 조약방을 운영하고 있는 조부자의 손자 조한철(75)씨는 8천섬이 넘었다는 선대의 재산을 지키지 못한 아버님 형제들이 한없이 원망스럽다며 『속빈 부자 3대를 넘기지 못한다』는 말을 되뇌이고 허전한 웃음을 짓는다.

조부잣집의 허망한 평화를 뒤로 하고 악양에서 꼭 찾아봐야 할 유적지는 고소산성이다. 평사리 뒤편 형제봉 능선에 자리잡고 있는 이 산성은 지리산 준령과 섬진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천혜의 요새이다.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침공할때 소정방이 쌓았다는 설도 있지만 소정방이 평양성을 공격하다 철수한 662년 이후 신라에서 쌓은 성으로 추측한다. 백제의 광복군을 지원하려고 출병한 왜군들의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쌓은 것으로 이 지역이 백제와 신라의 국경지대이자 치열한 전쟁터였음을 말해준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바닷가 돌들로 쌓여진 고소산성은 지금도 원형이 잘 보존되어있다. 이 성돌을 개인이 사용하면 질병이나 후환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너진 성터에 올라서 첩첩이 펼쳐지는 지리산의 연봉과 아득히 굽이치며 남해 바다로 흘러드는 섬진강을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는 길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동가는 버스가 하루 두차례(상오 10시15분 , 하오 4시30분) 있다. 하동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있는 악양 가는 버스를 타고 정서리와 평사리에서 내린다.<이형권 역사기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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