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섹스는 허무라는 선위에서 만난다. 주먹으로 해결사 노릇이나 하는 건달 민수(최민수 분)의 삶은 텅비어 있다. 그 공간속으로 우연히 3류 연극배우 승혜(박영선 분)가 들어온다.「리허설」(감독 강정수)은 다른 일상은 모두 걷어내고 한동안 이 두사람의 육체적 사랑에만 집착한다. 공허를 메우려 더욱 거칠어지는 이들은 서로에게 「중독」된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이것은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한동안의 반복된 노출이 끝나자 영화는 우울한 도시속의 진실한 사랑찾기에 나선다.
그 길에서 두사람의 권태와 갈등은 쉽게 찾아온다. 갈등으로 더욱 거칠어지는 민수의 폭력은 예정된 것처럼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면서 비극적 주제가 제시된다. 민수는 아끼던 후배에게 칼을 맞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 승혜의 마지막 리허설을 지켜보고, 승혜는 무대에서 한줄기 눈물을 흘리며 『그래요, 당신은 내 사랑이에요』라고 외친다.
「리허설」은 철저히 이중적 구조로 짜여있다. 결말은 승혜가 주연을 맡게될 연극 「히로시마 내 사랑」에 의해 끝없이 암시되고, 육체적 탐닉과 폭력은 참사랑에 대한 갈증을 더한다.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모래시계」에서와 같이 최민수의 과장된 연기가 여전히 남아있는데 비해, 박영선의 땀은 서투른 연기를 씻어줄 만큼 흥건하다. 외국영화의 영향 속에서 조금씩 자기색깔을 찾아가는 감독의 모습도 보인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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