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체제 기반 흔들 정도로 심각설도/최근 북한군사동향 우려할 수준은 안돼지난 수주동안 한국의 과거청산 보도에 가려졌던 한반도 군사정세가 또 다시 해외 언론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NHK 방송등이 잇달아 보도한 한반도 위기고조설은 김영삼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대남 도발가능성을 경고한데 뒤이어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이같은 배경속에서 한미양국은 12일 워싱턴에서 고위급 대책회의를 열고 한반도의 안보정세를 총점검했다.
물론 이날 회의는 최근의 사태를 논의하기위해 소집된 모임은 아니었다. 이번 회합은 지난 7월 김영삼 대통령의 미국방문때 한미 양국이 차관급 정책협의를 갖기로 양국정상이 합의한 이후 처음 열린 것이다.
「한미 고위전략대화」로 불린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기는 하지만 크게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니컬러스 번스 미국무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군사상황이 최근 몇주 사이 심각하게 변한 것이 없다고 논평했다. 국방부의 한 관리 역시 이날 일 NHK방송의 북한 전투기 훈련증가 보도에 관해 사견임을 전제로 『일본 언론들의 한반도 군사상황 보도는 종종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지난 8월 대홍수 이후 악화되고 있는 북한의 식량위기와 이로 인해 야기될지 모를 정세변화에 대한 대책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자에서 북한이 심각한 식량위기에서 탈출하기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대남도발을 기도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일부 미관리들은 북한이 지난 여름 사상 최악의 홍수로 엄청난 식량난을 겪고 있으며 이같은 위기는 자칫 김정일체제의 기반을 흔들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한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북한은 내년 수확때까지 필요한 양곡 6백70만톤 가운데 1백만톤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모든 외교채널을 동원해 해외 식량원조 유치작전을 펴고있다. 이달초 유엔개발계획(UNDP) 회의차 뉴욕을 방문한 김정우 대외경제사업부 부부장도 미국인사들을 만나 수해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정부는 대북정책 전반에 관한 거듭된 공동보조 다짐에도 불구하고 식량원조를 둘러싸고는 적지않은 견해 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중단된 남북대화에 시동을 걸기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한국측의 대북 식량원조 재개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평양측이 일련의 대남 적대정책을 거두어 들이지 않는한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클린턴행정부는 지난 여름 사상 처음으로 22만5천달러의 수해지원금을 평양측에 제공한데 이어 몰몬교를 비롯한 민간 종교단체들의 대북 수해지원을 인도적 차원에서 승인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북한군의 심상찮은 움직임에 관한 언론보도에도 불구하고 그들 사회에 대한 정보부재로 정세파악에 곤란을 겪고있다. 조지프 나이미 국방차관보는 이날 「아시아 소사이어티」주최 오찬연설에서 북한사회의 폐쇄성을 설명하면서 『중국이 우리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그들도 (북한측에 대한 정보빈곤으로) 허둥대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제네바합의 이후 친선외교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북한측 고위 인사들도 주최측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여 당사자들을 당혹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달 워싱턴의 한 대학에서 비공개로 열린 한반도문제 토론회에 초청됐던 북한인사들은 한 참석자가 『한국의 무당 심진송씨가 김정일의 실각을 예언한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욕설을 퍼부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중도에서 모임이 유산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윌리엄 테일러미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CSIS)부소장은 최근 한 기고문을 통해 그동안 예측불가능한 행태를 보여온 북한이 최근 불안한 한국 정정을 틈타 불장난을 기도할지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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