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받고 살기싫다” 중학생 또 목숨끊어/작년 파문 오코치군사건후 7명넘게 희생/사회·학교 충격 당혹감속 자성메아리 확산일본열도에 드리워진 이지메의 어두운 그늘은 언제쯤이나 사라질 것인가. 최근 한 중학생의 자살사건이 한동안 잊혀졌던 이지메문제의 심각상을 확인시키면서 일본열도를 들끓게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니가타현 조에쓰(상월)시립 가스가(춘일)중학교 1년생인 이토 히사시(이등준·13)군은 「살아있기가 무섭다. 그들은 내 삶을 빼앗아 갔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자살했다. 이날은 바로 조직적인 이지메를 고발하는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열도를 흔들었던 오코치 기요테루(대하내청휘·당시 13세)군의 1주기였다.
오코치군의 자살후 1년동안 이지메를 이유로 한 어린 학생들의 자살이 이토군이 처음은 아니다. 이지메에 의한 자살로 추정되는 사례가 10여건이 있었고 분명한 이지메 자살도 7명에 달했다.
일본이 유독 이토군의 자살로 충격을 받은 것은 그가 죽음으로 고발한 이지메의 양상과 유서에 밝힌 하루하루의 정신적인 고통, 부모와 가족에 대한 감사의 정이 오코치군과 너무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살시기가 우연히 오코치군의 1주기와 정확히 겹친 것도 「지난 1년동안 학교와 사회는 무엇을 했나」는 자탄을 고조시켰다.
오코치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숨진 이토군도 국민학교때부터 알고 지내온 동급생 5명이 「화장실에서 옷을 벗기고 물을 끼얹는」 모욕과 따돌리기, 돈빼앗기등을 고발했다. 또한 부모님의 은혜에 깊은 고마움을 표하고 먼저가는 자신을 용서해 달라는 유서로 자식 가진 부모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점도 똑같다.
특히 오코치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학교측이 사전에 전혀 그런 기미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충격을 던지고 있다. 오코치군의 자살사건이후 전국 각지에서 이지메 대책회의가 잇달아 열렸었다. 또 각급학교의 교사들에게 이지메의 조기발견과 퇴치를 위한 지도지침이 시달된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지난 1학기에 반장을 맡을 정도로 활동적이었던 이토군이 이지메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주위의 학생들은 알고 있었던 반면 학교측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한편 이토군이 유서에 「그들은 (나에 대한) 이지메가 얼마만큼 나쁜 것인지를 모르고 있는 것같아 내가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분명히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가해자들이 자살사건 이후에도 전혀 가해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점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오코치군의 자살에 관계된 가해학생들이 충격을 받고 깊은 반성을 표했던 것과는 달리 「장난을 했을 뿐」이라는 안이한 의식은 적어도 이지메 현상이 한층 보편화하고 있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잇달아 이지메에 시달려 죽어가고 있는 반면 「피해자에도 문제가 있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불식되지 않고 있는 점도 지속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일본의 언론들은 연일 각계반응과 교육현장르포등을 전하는 한편 오코치군의 모교에서 열린 1주기 추도식 장면, 이토군의 장례식 모습등을 함께 전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또한번의 대대적인 이지메추방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해결의 전망이 멀고 먼 일본의 이지메현상은 교내 폭력의 실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되새기게 하는 우울한 일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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