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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문화계 결산 소설/평론가 5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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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문화계 결산 소설/평론가 5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가들

입력
199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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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0주년이며 미술의 해였던 95년의 문화계는 어느 해보다 다채롭고 풍성했다. 문화의 중요성, 효용성에 대한 인식도 한층 높아졌다. 부문별로 평론가들에 의뢰해 한해동안 창작활동이 두드러졌던 예술인들을 선정(5명 기준)토록 하고, 이들의 작품소개와 경향분석을 통해 95년 문화계를 결산한다.◎윤대녕 눈부신 성장 문단 주목/「남쪽 계단을 보라」등 탄탄한 구성·정제된 문체로 새 바람/「외딴방」의 신경숙 「슬픔의 노래」의 정찬 등 두각/박완서·조정래·윤후명·오정희·구효서도 돋보여

□올해의 우수 소설가

윤대녕 신경숙 정찬 조정래

윤후명 박완서 오정희 양귀자

최인석 김주영 김향숙 구효서

김형경 배수아 한강

▲추천평론가

김병익 권영민 염무웅 조남현 정현기

김병익 권영민 염무웅 조남현 정현기씨 등 문학평론가 5명은 올해의 우수소설가로 윤대녕씨를 4명이, 정찬 신경숙씨를 3명이 거론했다. 또 박완서 조정래 윤후명 오정희 구효서씨등이 각각 2명의 추천을 받았다.

두번째 소설집 「남쪽 계단을 보라」를 낸 윤대녕씨는 탄탄한 구성과 정제된 문체로 존재의 원 모습에 다가가는 개성적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남쪽…」에 실린 작품 중 가장 많이 거론된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은 어려서부터 사막에 대한 호기심에 젖었던 남자가 메마른 현실을 상징하는 사막에 사는 동안 끊임없이 갈증내며, 평안하지만 곤핍한 현실을 일탈했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먼저 낸 소설집 「은어낚시통신」과 장편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등에서 정신주의, 신비주의를 진하게 풍기는 윤씨는 우리 소설의 새로운 면모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걸게 한다.

정찬씨는 관념적인 주제를 중심에 두고, 80년 광주등 사회·역사문제를 반영한 작품을 꾸준히 내고 있다. 90년대 소설문학의 유행과 동떨어진 그의 작업은 진지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올해 성가가 높았던 중편 「슬픔의 노래」가 담긴 소설집 「아늑한 길」을 냈다. 80년대 이데올로기열병의 근원지인 러시아 둘러보기(「섬」), 역사의 희생과 예술가의 책임에 대한 물음(「슬픔의…」)등 삶과 사회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자전소설 「외딴 방」의 신경숙은 「풍금이 있던 자리」를 대표작으로 하여 감성적인 문체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외딴 방」은 79∼81년 구로공단의 풍경과 10대후반의 자기모습을 그려 감동적 노동·성장소설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형식에서도 『미학적 위장을 폭로하고 소설적 가면을 제거함으로써 소설과 비소설의 경계를 무너뜨린 실험소설의 전위성마저 띠고 있다』(염무웅).

박완서씨의 「환각의 나비」는 노인문제를 다룬 작품. 실체로는 잃고 만 「집」을 찾아 떠도는 노인과 그의 안식을 소재로 삼아 한 노인의 자아가 방황하고 정착하는 모습을 연민과 반성으로 바라보게 한다. 대하소설 「아리랑」을 완간한 조정래씨는 광복 50년에 가장 걸맞은 작업을 해낸 작가. 일제시대 국내외에서 벌어진 민족운동을 12권으로 묶어낸 「아리랑」은 「태백산맥」에 이은 역작이다.

윤후명씨의 「하얀 배」는 여행을 소재로 한 숱한 작품들 가운데서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현기씨는 『해외경험이 폭증하고 있지만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종잡기 힘들었는데 「하얀 배」는 러시아의 한인이야기를 다루면서 다종다기한 해외경험을 「민족」이라는 주제로 모아내는 강한 힘을 지닌다』고 말했다. 지난해 오랜만에 중편 「옛우물」을, 올해 「새」 「구부러진 길 저쪽」과 소설집 「불꽃놀이」를 낸 오정희씨는 박제된 삶, 도처에 깔린 비극적 운명에 대한 불안하고도 섬뜩한 관찰을 보여주고 있다.

정력적으로 소설을 써내는 구효서씨는 소설집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과 장편 「라디오 라디오」를 냈다.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이의 막막함(「깡통…」)과 60년대 휴전선부근 마을의 에피소드(「라디오…」)는 능란한 이야기솜씨를 알게 한다.<김범수 기자>

◎올해의 경향/작년 이어 여류작가 “초강세”/광복50돌 대하소설·기획출판 활발/여행소설·가족문제 천착작품 붐도

여성작가의 활동이 올해에도 두드러졌다. 지난해부터 소설시장을 석권한 「고등어」와 최근 불티나듯 팔리는 「천년의 사랑」은 공지영, 양귀자씨의 작품이다. 유수한 문학상은 대부분 여성차지였고 이혜경 김미진 배수아 한강 송경아 권현숙 등 새로 두각을 나타낸 작가들에서 여성이 압도적이다.

또 광복 50년을 맞아 근·현대사를 다룬 대하소설과 기획출판이 예년에 비해 늘었다. 조정래의 「아리랑」 김주영의 「화척」 완간, 동아출판사의 근·현대소설가 165명의 작품을 묶은 100권짜리 한국소설문학대계가 주목을 받았다.

작품경향으로는 해외여행경험을 다룬 소설이 쏟아져 나온 점을 꼽을 수 있다. 여행이나 유학에서 근원적인 삶의 문제를 찾아내지 못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탈출을 남발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체로 작품공간의 확장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이와 달리 자아와 가족의 문제를 깊어진 문제의식으로 천착한 작품들이 여럿 선보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길 위의 집」(이혜경) 「환각의 나비」(박완서)등이 이런 작품의 예이다.

김병익씨는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90년대적 감성이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정일 하재봉씨 정도를 제외하면 실험적인 글쓰기가 최근 몇년사이 가장 저조했다.

이론수입으로 문화적 충격효과를 낳았던 포스트모던적 글쓰기가 이제는 차분하게 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족문학은 계속 암중모색과정이라는 평가가 다수이지만 이제 리얼리즘의 지평을 훨씬 다양하고 넓게 보아야 할 것이라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문학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염무웅씨는 『대중문화 확산이 문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는 오래 됐고 실제로 독자군의 위축, 문학의 왜소화경향이 없지 않았지만 우리의 문제를 높은 지적 태도와 철학적 문제의식으로 풀어낸 소설들을 읽으며 문학의 자리가 훨씬 공고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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