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투기 사업기종이 F18에서 F16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청와대의 동향이 F16제조업체인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에 제공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93년 율곡사업 특별감사에서 과거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와 용역계약을 맺고 정보수집을 맡았던 신한시스템 무기상을 방문조사해서 이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실 직원들을 소환해 유출 경위를 조사했다는 것이다.감사원은 이 조사에서 정모서기관이 유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나 정씨가 당시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었던 김종휘씨나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뇌물수수에 의해 그같은 일을 저질렀는지는 조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씨는 이미 미국으로 잠적해 버렸고 정씨는 93년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때 사망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에 관련된 이런 중대사건이 93년 감사원 감사백서에 실렸는데도 왜 그 당시에 알려지지 않고 슬쩍 넘어갔는지 그것부터가 우선 궁금하다. 감사원조사에 따르면 청와대의 비밀문서 자체가 흘러 나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방부에 대한 지시사항, 대통령의 의중과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의견, 기종 재검토시 추진 부서와 이에 필요한 전문가등 비밀사항이 그 업체의 정보 보고서에 들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이쯤되면 기종변경등에 관한 국가의 최고기밀이 모두 누설된 스파이 행위나 다름없다. 문제는 그런 엄청난 국가기밀 누설행위를 정씨가 단독으로 했겠느냐는 것이다. 그같은 청와대의 극비정보가 수석비서관의 지시없이 업체에 전달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얼마나 많은 대가를 받고 정보를 제공했겠느냐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노태우 당시 대통령까지 국가안보기밀을 팔아넘기는데 직접 개입했다고 보고 싶지는 않다. 다만 노씨가 기종변경과 관련,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씨의 적극 유도에 따라 노씨가 F16쪽으로 편향되고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와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그와같은 기밀정보까지 제공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만일 노씨가 정보제공을 지시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묵인 내지 방조했다면 그것은 부정축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노씨에 대한 그런 의심은 제발 억측이기를 바라지만 김씨에 대해서는 하루속히 귀국시켜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의 조사는 주로 국내 기업으로부터 거둔 정치자금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이제 감사원 백서에서 뒤늦게 드러난 국가기밀누설에 대해서도 철저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국가안보에 관한 청와대의 극비정보가 새고 있다고 생각할 때 국민들은 안심하고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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