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리·영업직인원만 가까스로 충원/생산직은 지원 아예끊겨 주부사원 대체취업철을 맞아 대기업에는 취업희망자가 넘쳐나는 반면 중소기업에는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 업체마다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사무직이나 영업·관리직은 가까스로 충원되고 있지만 고졸자나 전문대 졸업자들을 필요로 하는 생산직은 지원자가 아예 끊겨 주부군단이 생산현장을 메워가고 있다.
서울 구로공단 일신통신. 컴퓨터와 전화기의 필수부품인 수정진동자를 월 10억원어치씩 제작해 국내 시장과 해외에 내놓는 유망업체다.
원료인 수정을 절삭해 은가공품과 함께 조립하는 8단계 조립라인이 공장 1층과 2층에 걸쳐 있다. 그러나 라인마다 40∼50대 주부들이 젊은 여사원들 틈에서 분주하게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이 업체의 생산직 사원은 모두 170여명. 최근 주문이 폭주, 조립라인에 10여명을 더 충원하기 위해 구인광고잡지와 공단 인력은행등 각종 방법을 통해 사람을 모집하고 있으나 문의전화는 한 통도 오지 않는다.
이 회사 나태열 총무과장은 『고등학교나 전문대학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으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인력마저 빠져나가는 추세여서 궁여지책으로 주부사원들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방위산업체로 지정돼 병역특례자 58명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인근의 H전자는 조립라인에 배치된 47명의 사원중 38명이 주부다. 220V용 전선을 생산해 가전3사에 납품하고 있는 이 회사는 매월 2∼3명씩 젊은 여사원들이 빠져나가 결국 주부사원들로 대체하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말 6명의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낸 후 2명이 원서를 받아갔으나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공단 모퉁이마다 「선반공 ○○명, 밀링공 ○○명 모집」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수십개씩 찬바람속에 나부끼고 있다.
구로공단내 400여개업체의 인력공급을 맡고 있는 인재은행에는 구인인력이 월 500여명에 달하고 있으나 취업희망자는 20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중앙회의 인력정보센터에도 올들어 1,383개업체가 4,532명을 신청했지만 취업희망자는 1,645명에 불과했다. 취업시즌인 요즘에도 구직자는 하루 4∼5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사무직과 영업직등만 원할 뿐 생산직 희망자는 거의 없는 상태다.
전문대졸업생 이상의 학력자들이 많이 찾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인재은행에는 구직자가 20∼30명에 이르고 있지만 대부분 종업원 300명 이상의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사무직을 원하고 있다.
기협 인력정보센터의 김용부 팀장은 『물론 젊은 사람들이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으나 건실한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자와 함께 회사를 키워나간다는 장점도 있다』며 『특히 경제의 근간인 생산현장을 지키려는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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