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의 옥중단식을 놓고 정치권은 7일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보수를 자처하는 자민련은 단순히 『단식이 적절치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나머지 3당은 대변인 등 당의 「입」을 총동원, 그의 행태를 격렬히 성토했다. 어느 당의 논평이건 『반성할 줄 모르는 파렴치한 작태』『적반하장도 유분수』『기만적 정치쇼』등 신랄한 비난일색이었다.사분오열한 정치권이 약속이라도 한듯 합동공세를 편 이유는 자명하다. 「5공정통성수호」를 단식이유로 내건 전씨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 때문이다. 물론 전씨단식이 자칫 TK등지에 동정여론을 퍼뜨릴지 모른다는 경계심리도 크게 작용했다. 이 와중에도 국민회의는 『전씨의 망동에는 그를 국가원로로 3년 가까이나 모신 현정권의 책임도 크다』며 대여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신한국당의 이신범 부대변인은 이날 『인권유린주범의 단식투쟁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빈축을 살 일』이라며 『그의 단식은 참회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학살주범인 전씨의 단식과 그가 고문하고 감옥에 보낸 양심수의 단식은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동정여론차단에도 애썼다. 민주계도 『전씨가 반성은 커녕 민주투사인양 행동하며 단식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개탄했다. 그러나 TK출신의원 등 몇몇 민정계의원들은 논평을 유보하며 입조심에 신경을 썼다. 한 의원은 『이럴 때는 아예 말을 하지 않는게 상책』이라고 함구했다.
국민회의 박지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는 그의 단식을 「정신 못차린 단식」으로 규정한다』며 『죄를 뉘우치기 위한 단식을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자신의 죄과를 정당시하기 위해 단식한다니 결코 국민의 동정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가장 격렬한 어조로 전씨를 비난했다. 이규택대변인은 『파쇼수구집단의 국민의 동정을 얻기 위한 몸부림치고는 참으로 가소로운 짓』이라며 『위선적인 쇼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원혜영 의원도 『독재에 항거한 단식은 있어도 독재와 학살이 옳았다는 단식은 못 봤다』며 조소했다.
한편 자민련의 구창림 대변인은 『전전대통령이 단식보다는 5·18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자기 소신을 피력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의원들은 『보수층의 여권이탈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우리당의 경우 구여권층흡수 등 전씨단식으로 인한 이익도 상당하다』며 명분은 제쳐둔채 잇속계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이동국 기자>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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