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리과정 문제 삼을땐 경영권 혼란 우려/“시효 이미지나 줄줄이 소환은 없을것”기대도전두환 전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비자금쪽으로도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지자 재계가 『또 한차례 곤욕을 치르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고 있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축재비리에서 간신히 벗어난 재계입장에서는 전씨에 대한 비자금수사는「산 넘어 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씨가 재임중 기업인들로부터 엄청난 돈을 거둬들였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 재계는 전씨에게 건넨 돈이 정치자금이든 뇌물이든 모두 공소시효를 지나 법적으로는 아무런 제재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일해재단 성금이나 새마을성금등 공공연하게 밝혀진 돈들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이 한차례 면죄부를 준 상황이어서 재계에 미칠 영향은 사실 거의 없을 것 같다.
재계는 그러나 전씨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수사의지 여하에 따라서는 총수를 검찰로 불러들이는 연쇄 소환사태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노씨 축재비리로 인한 무더기 출두과정에서 떨어질대로 떨어진 대외신뢰도와 기업인들의 전반적인 경영의욕은 곤두박질할 것으로 우려됐다.
특히 검찰이 전씨에 대한 비자금조사를 대대적으로 벌일 경우 노씨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화학투자조정과 부실기업정리, 대형신규사업 허용과정에서 비자금이 개입되고 이 때 오간 검은 돈이 들춰져 흑백을 가릴 경우 15년 가까이 유지돼온 기업의 경영권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시 상황에 대해 대부분 강제로 기업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계층이 아직도 많은 상태에서 당시의 경영권인수과정까지 문제삼게 되면 재계의 일대 혼란은 불가피하다. 전씨 비자금수사의 가능성과 향배에 대해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정작 이 부분에 있다.
전씨 비자금수사가 확산될 경우 시기적으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은 80년 8월 국보위가 취한 「8·20」조치다. 3공시절 추진한 중화학육성정책으로 기업이 난립해 있다는 이유로 국보위가 무 자르듯 기업의 경영권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긴 조치다. 이때 현대 대우 기아 대림 효성등이 승용차와 트럭 오토바이등을 정리해 나누어 맡았고 한라그룹의 모체인 현대양행은 발전설비 일원화정책으로 대우로 넘어갔다가 환수됐다.
선경그룹이 정부투자기관이었던 유공을 인수한 것도 80년이었으며 한일그룹과 극동건설 동국제강 우성 아세아시멘트 동양고무등은 해체된 국제그룹의 계열사를 나누어 맡기도 했다. 86년 5월부터 시작된 부실기업 정리과정에서는 60여개 기업이 간판을 내리고 24개그룹이 간판을 내린 기업을 넘겨 받았다. 이 과정에서 급격히 사세를 확장한 한일그룹이나 선경 한화 쌍용 우성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대형그룹들이 이번 전씨의 비자금수사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5공말 민항인가를 따낸 금호그룹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재계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사안을 놓고 물증도 없이 검찰이 총수를 소환한다거나 본격 조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씨때와 같은 대대적인 조사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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