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비리 청산때도 뒷구멍 수금/사업미끼 업체 뇌물경쟁 부추겨검찰이 5일 노태우 전대통령을 기소하면서 밝힌 수뢰액은 2천8백39억원. 액수도 천문학적이지만 돈을 거둔 수단과 방법, 대상을 분석해보면 액수 못지않게 혀를 내두를 만하다.
○명절·연말에 집중
○…노씨의 뇌물총액을 재임일수로 나누어보면 월평균 47억원. 이는 하루평균 1억6천만원씩을 거둔 셈이다. 노씨는 특히 명절과 연말에 집중적으로 청와대와 안가에서 재벌총수들로부터 돈을 받았다.
취임첫해인 88년 연말에 삼성, 대우, 동아, 선경등 6개 재벌로부터 1백4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 89년 추석전인 9월에는 역시 삼성, 현대, 럭키금성등 5개그룹으로부터 90억원을 받았다.
이어 89년 12월에 삼성, 현대등 8개 그룹으로부터 2백10억원을 거뒀으며 90년 추석절인 9월에도 삼성, 럭키금성등으로부터 1백10억원을 받았다.
또 90년 12월에는 무려 4백10억원을 모았으며 91년 추석절에도 2백30억원을 거뒀다.
이밖에 91년 연말에는 2백억원을 모았으나 「레임덕」현상인지 퇴임을 앞둔 92년 말에는 럭키금성으로부터 50억원만을 받았다.
○취임직후부터 받아
○…노씨는 취임당시 87년 대선자금및 취임축하금등 1천1백억원의 「비자금」을 확보했는데도 취임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뇌물을 거두기 시작했다. 공소장에 의하면 노씨는 「보통사람」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취임식을 가진 88년3월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는데 88년3월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20억원을 받은것을 비롯,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에게서 20억원, 대우 김우중 회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는등 취임첫달의 뇌물액은 90억원에 달했다. 특히 88년3월은 전두환 전대통령의 친인척비리를 척결한 소위 「5공청산」바람이 대대적으로 분 시점이어서 노씨의 「강심장」을 알 수 있다.
노씨는 재임 마지막해인 92년에도 무려 4백70억여원을 거뒀는데 재벌들이 약점을 물려서 바친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단임제 대통령의 재임 최종연도는 소위 「레임덕」현상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는데다 이미 92년초 정주영명예회장이 노씨를 비난하며 국민당을 창당, 돌풍을 일으킨 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씨는 14개 재벌로부터 돈을 거둬들였다.
○그룹별 장소안배도
○…노씨는 대부분의 뇌물을 대통령접견실이나 안가등에서 받았으나 일부는 상춘재나 심지어 청와대 출입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에서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씨는 91년11월중순 청와대 춘추관에서 미원그룹회장 임창욱씨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
노씨는 재벌의 성향에 대한 안배인듯 그룹별로 청와대와 안가로 나누어 받기도했다. 노씨는 삼성그룹으로부터는 집권초기인 88년3월에만 안가에서 돈을 받았을뿐 나머지 8차례는 모두 청와대접견실에서 돈을 받았고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도 6차례 모두 접견실에서 받았다. 그러나 럭키금성 구자경 회장으로부터는 7차례 모두 안가에서 돈을 받았고 한진 조중훈 회장으로부터도 4차례 안가에서 받았다.
○경쟁사 교묘히 악용
○…노씨는 경쟁업체사들로부터 돈을 경쟁적으로 받아 내기도했다. 한진그룹(대한항공)과 금호그룹(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각각 「노선조정을 유리하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받았고 제과업 경쟁사인 롯데와 해태로부터도 「최소한 불이익이 없게 선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각각 1백10억원과 10억원씩을 받기도 했다.<윤승용 기자>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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