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페라공연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광고문에 「관객을 위한 오페라」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관객을 위한 오페라라니? 공연물치고 관객을 위하지 않는 것이 있다던가? 말꼬투리를 잡지 않고 본다면 이 말은 일반관객들이 오페라를 서먹서먹하게 여기고 있는 풍토에서 오히려 친근하게 여기도록 유도한 공연이라는 뜻으로 대강 짐작이 간다. 「귀족적이다」 「공연장 문턱이 높다」라는 말은 실은 클래식일반에 대한 불평의 소리인데 오페라가 공연물 중에서 가장 복합적이고 규모가 큰 까닭으로 관객에게 친근하기 어려운 장르의 대표격이 된 것같다. 물론 이런 불평의 소리는 피상적이며 상투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맞불평을 하기보다는 그런 불평이 왜 나오는지 검토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오페라는 르네상스말기 이탈리아지식인들의 모임에서 생겨난 것이지만 얼마 안 되어 베니스의 상인들에 의해 첫 오페라 하우스가 세워지면서 귀족의 전유물에서 벗어났다. 즉 당시의 오페라 하우스란 입장료만 내면 귀족이고 평민이고 가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고 애초부터 「문턱이 높은 귀족의 집」이 아니었던 것이다.
관객이 그렇게 뒤섞여 있었기에 오페라는 시대가 변천하여 점점 세련되어 간 관객의 취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오페라의 역사를 보면 오페라의 모든 형식과 작품은 관객 스스로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오페라는 표를 파는 극장의 주인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니라 반세기 전 노래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의해 시작되었다. 다시 말하면 관객의 욕구에 맞추는 공연예술로서가 아니라 성악인들의 일종의 리사이틀로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객체여야 할 것이 주체가 되어버렸으니 정작 주인인 관객들이 서먹서먹해 할 수밖에 없다.
몇년 전 어느 지방도시 음악인들의 「결의」를 본 적이 있다. 그들의 결의란 그 지방출신의 음악인들(성악인, 오케스트라, 합창단)만으로 오페라단을 구성하여 그 지방출신의 지휘자와 연출가에게 공연을 맡기자는 것이었는데 그런 것을 「애향심」으로 치더라도 그 도시의 「시민(관객)을 위하여」라는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던 것을 보면 구태여 「관객을 위한」이라는 말을 붙인 공연도 새삼스럽게 느껴질 만하다.
다만 그때 관객을 위한다는 것이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의미했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우리에겐 깊이 논란해야 될 문제들이 너무나 많이 쌓여 있다.<조성진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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