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수사결과 최고통치권자가 대통령직권을 악용, 신성한 집무실에서 재벌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이를 정치비용과 개인축재로 썼다는데 국민은 다시 한번 분노를 느끼게 된다.그러나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새로운 사실이 거의 없는데다가 비자금조성과 사용처에 대한 미확인부분이 너무나 많은 점, 그리고 관련자처리내용 등은 많은 실망을 주고 있다. 중간발표라고는 하나 한마디로 국민의 의혹을 제대로 풀지 못했을 뿐더러 개운치 못한 느낌을 안겨준 것이다.
이번 사건이 전직대통령이 주도한 건국이래 최대의 불법부정사건이어서 검찰이 47일간 90여명의 인원을 투입하여 3백여명을 조사한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비자금중 여러가지 핵심적 부분에 대해 규명을 하지 못했거나 지나침으로써 많은 의문을 갖게 해주고 있다.
우선 노씨가 재임중 조성했다는 자금 4천5백억∼4천6백억원중 4천1백89억원만을 확인했을 뿐이며 그나마 재벌로부터의 뇌물은 2천8백39억원밖에 찾아내지 못한것이다.
또 사용처도 13·14대총선거에 각 7백억원씩 1천4백억원, 부동산투자와 기업에 변칙대여등 3천6백92억원만이 확인되고 8백억∼9백억원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라는 것도 그렇다.
국민과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사였던 지난 92년 대통령선거때의 지원자금에 관해서는 일체의 언급이 없다. 물론 검찰은 노씨가 자금사용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채 포괄적으로 말했다고 했지만 의문은 남는다. 결국 검찰은 김대중국민회의총재가 받았다고 고백한 20억원마저 확인하지 못했다는 셈이 된다.
이와함께 노씨 비자금중 정치권에 유입된 부분에 대해서 밝혀지지 않은 점 역시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노씨가 지원한 「13·14대 총선자금은 여야를 구분하지 않았다」고 여운을 남기고 미확인된 8백억∼9백억원의 사용처를 계속 추적하겠다고는 했으나 그토록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던 정치권 유입부분이 아직 미궁으로 남게 된 것 역시 석연치가 않다.
끝으로 수사처리의 방식이다. 이처럼 엄청난 부정사건에 단지 노씨와 전경호실장, 그리고 정태수 한보회장 등 3명만이 구속되고 비자금조성의 3인방인 금진호 이원조 김종인씨 등이 불구속된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장차 노씨의 해외자금 은닉, 율곡사업비리 등을 조사하겠다고 했으나 「중간수사결과」라는 말대로 이제부터라도 미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국민을 납득시키고 검찰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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