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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과 칠레 피노체트/유혈쿠데타 집권 둘다 반성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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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과 칠레 피노체트/유혈쿠데타 집권 둘다 반성없어

입력
199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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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인권유린 자행 권력찬탈 불가피성 강변/피노체트­반대자 3만명 처형불구 “후회할일 없다”과거청산이라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싸늘한 감방에 갇힌 전두환전대통령. 90년 민정이양 이후에도 여전히 실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칠레의 군부실권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3일 『전씨는 한국판 피노체트』라며 장성출신의 두 전직대통령을 비교했다. 이 잡지는 두 사람이 어떻게 닮았다는 얘기인지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두사람의 전력이 비슷한 것은 사실이다.

우선 전씨나 피노체트 모두 국민의 피를 제물로 삼아 권력을 장악했고 정권기반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무자비한 철권통치를 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두 사람은 쿠데타 성공후 기존정치를 부인하고 국민의 저항과 민주화 요구를 무력으로 막았다.

전씨는 자신의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기 위해 정의사회구현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수천명의 공무원을 거리로 내몰았고 많은 시민들을 삼청교육대로 끌고가 유례없는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73년 유혈쿠데타를 성공시킨 피노체트도 집권초기 정적이나 좌익인사는 물론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하거나 탄압한 것으로 악명높다. 피노체트는 집권초기 2년동안 3만여명을 처형했고 4만명을 구속했으며 16만여명을 해직시켰다.

이 두사람이 독재를 감추거나 미화하는 수단으로 경제개발을 내세운 점도 비슷하다. 전씨가 치적중 하나로 10%내외의 성장과 한자릿수 물가등을 내세우듯이 피노체트도 전임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5%의 경제성장과 한자릿수 물가등을 떠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전혀 뉘우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도 같다. 전씨는 80년 봄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신군부가 어쩔 수 없이 개입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씨는 2일 검찰의 소환을 거부하면서 이같은 주장을 되풀이해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냈다. 피노체트 역시 지난달 25일 자신의 80회 생일축하연에서 『역사가 되풀이 된다면 다시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두 사람이 각각 영향력 유지나 권력연장을 꾀했지만 국민의 저항에 의해 좌절된 것도 유사하다. 퇴임이후 국가원로자문회의와 일해재단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전씨의 의도를 무산시킨 것은 여론의 힘이었다. 피노체트의 15년간에 걸친 철권통치를 종식시킨 것도 국민이었다. 그는 88년 국민투표를 통해 집권연장을 꾀했지만 칠레국민은 그의 속셈을 보기좋게 좌절시켰다.

그러나 두사람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전씨가 과거청산의 심판대에 오른 반면 피노체트는 아직도 군부를 장악, 과거청산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조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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