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날 치사」 강경도 우려 키워/관련그룹 “최악만은 피하자” 총력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의 전격구속으로 노태우 전대통령 축재비리수사에 대한 재계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정총회장이 불구속기소될 때만해도 기업인 사법처리에 대한 검찰의 「경제계충격 최소화」방침을 믿고 있던 재계는 30일 「막다른 골목」에 몰린 듯한 분위기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의 무역의 날 치사로 재계의 우려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기업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 기회에 구시대의 잘못을 깨끗이 청산하고 법과 정의가 바로 서는 새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또 『우리가 진정으로 선진화하려면 지난 시대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며 『부정부패를 단호히 척결함으로써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풍토를 기필코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호히」 「기필코」라는 표현이 아니더라도 법대로 시시비비를 확실히 가리겠다는 통치자의 의중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입장표명으로 무역의 날 행사장에 일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한 수상자는 『정총회장의 구속으로 짐작은 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듯하다』면서 『5·18문제등으로 쉽게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재계에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는 당초 김대통령이 『비자금파문의 충격을 씻고 국가경쟁력 강화에 매진할 것』을 당부하는 선에서 기업인들의 어깨를 두드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같은 낙관론이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노씨사건에 연루된 그룹들은 이날 ▲정총회장 구속의 의미 ▲노씨 기소전 재소환대상 기업인 파악 ▲추가 구속대상 기업인 여부 ▲비자금파문의 확산가능성 ▲기업경영에 미칠 파장등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재계는 우선 정총회장의 구속을 노씨 축재비리와 관련한 검찰의 단호한 의지표명으로 해석했다. 또 검찰이 정총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업무방해죄를 명시, 우회적인 방법을 채택한 점을 주시하고 있다. 기업인에 대한 사법처리가 뇌물공여죄와 연관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 경우 사법처리대상 기업인의 선별기준이 전혀 의외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노씨 비자금을 실명전환했거나 비자금을 부동산등의 형태로 은닉한 몇몇 그룹총수가 검찰의 강경한 사법처리대상 사정권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노씨비자금을 실명전환한 것으로 밝혀진 그룹의 경우 모든 정보망을 총동원, 총수의 구속여부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다. 노씨의 부동산매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노씨 사돈기업도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련그룹들은 『기업인 재소환이 이번주중 계속될 것』이라는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의 말과 김대통령의 치사를 연관지으며 총수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이종재·이재열 기자>이종재·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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