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사정 가시화” 긴장고조/5·18 맞물려 정국 회오리 예상/“물갈이”“정계개편” 전초해석도정치권 사정이 가시권에 들어오고있다. 여권핵심부나 검찰 주변에서 서서히 사정대상, 관련자 조사일정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은 여전히 『의도적인 정치인 사정은 없다』고 밝히고있다. 그러나 이 말은 점차 『노태우씨 부정축재사건의 수사에서 정치인의 비위가 드러나면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순리적 사정론」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여권의 의도가 개입돼있건 개입되지 않았건간에 정치인 비리에 대한 수사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이다.
수사시기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새해예산안이 통과되고 검찰이 노씨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후일 것이라는게 정설이다. 수사범위는 일단 노씨 비자금을 수수했거나 새정부출범후 기업으로부터 이권개입, 압력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챙긴 정치인들에 한해 조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도 『과거를 모두 뒤지는등 수사를 무차별적으로 확대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정치인 수사는 현실적으로 쉽지않은 측면이 있다. 정치인들의 「꼬리」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권핵심부가 누누이 제한적 수사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파장은 결코 간단치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판의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 개연성도 없지않다. 더욱이 5·18특별법이 제정돼 구여권의 뿌리인 쿠데타세력을 단죄하는 상황에서 정치인 수사가 병행해서 진행된다면, 정국은 일대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표급 정치인이 비위파문에 휩싸인다면, 정치인의 소환조사만으로도 정국분위기는 경색될 것이 분명하다. 실제 검찰주변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일부 중진들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말이 퍼져있다. 때문에 정치인 사정은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여권내부에서도 저항이 나타날 개연성이 없지않다. 이렇게 될 경우 정국은 대립, 투쟁의 경색국면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며 5·18수사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예측불허의 대혼란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여권이 정치인 사정을 하겠다는 자세이기때문에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여권핵심부는 『죄가 드러나는데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단순명료하게 얘기하고 있다. 문제는 야권, 심지어 여권내부에서도 이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여권인사들은 정치인 사정을 물갈이로 보고있고 야권에서는 정계개편의 전초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 자민련 등에서는 김대중·김종필 두 김씨를 겨냥한 인위적 세대교체의 수단으로 인식하고있다.
이와관련,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는 『검찰이 수사발표때 비자금 사용처의 계속 수사의지를 피력하고 정치인 연루혐의, 비위사실의 단초를 적시할 것이다. 그 대상자가 정치거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여명 내외의 정치인이 조사대상이며 그중 「한자리 수」는 사법처리될 것』이라는 풍문도 여권내부에서 꾸준히 나돌고 있다.
만약 이러한 얘기들이 현실화될 경우 정치권은 대변혁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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