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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 포테이토족/주말엔 「나만의 세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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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 포테이토족/주말엔 「나만의 세계」 즐긴다

입력
1995.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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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의자서 군것질하며 TV로 소일/“스포츠·레저활동·친구까지 귀찮다”/개인중시·멀티미디어시대 새풍속등 뒤에 푹신한 베개를 받치고 왼손에는 감자칩, 오른손에는 리모트 컨트롤러를 잡는다. 비디오대여점에서 빌린 홍콩 갱영화는 주말의 친구. 점심은 전화주문 20분내에 배달되는 따끈따끈한 피자 한조각. 신세대들이 레저나 스포츠, 취미 활동으로 주말을 활기차게 보내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안락의자와 TV에 파묻혀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른바 「카우치 포테이토족(Couch Potato People:안락의자와 감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TV와 감자칩」을 위해 밝은 햇살과 맑은 공기를 기꺼이 포기하는 이유를 일단 「귀찮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교나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쳐있다는 것이다. 또 치열한 경쟁시대에 스포츠·레저활동으로 휴일을 「허비」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젊은이들이 「칩거 휴일」을 보내는 주된 이유는 TV 비디오 컴퓨터등 문명의 이기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서울 YMCA가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남녀 중고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여가시간 활용방법을 조사한 결과 46.5%가 「TV나 비디오 보기」라고 답했다.

회사원 배모(27)씨는 주말이면 회사 지하 비디오대여점에서 3∼4개의 비디오테이프를 빌린다. 휴일 기상시간은 상오10시 이후이고 주말 약속은 사절이다. 배씨는 『비디오영화에 빠져 외출을 안 하다보니 이제는 몸을 움직이는게 귀찮다』고 말했다.

황금같은 휴일을 컴퓨터에 기꺼이 헌납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신모(26)씨는 퇴근후나 휴일에 노트북컴퓨터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신씨는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폭넓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실용적인 이유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 이제는 무궁무진한 가상 현실과 정보 세계에 푹 빠져 휴일 외출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H대 3년 김모(23)양의 방학중 기상시간은 상오11시. 김양은 방학때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대신 수백 권의 만화책과 수십 권의 애니메이션테이프를 섭렵해 왔다. 푹신한 안락의자에 반쯤 드러누워 마른 오징어와 땅콩을 먹으며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보느라 상오2∼3시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

신세대들의 이같은 무기력한 여가선용 방법에 대해 「건강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지만 현대 산업사회의 당연한 현상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현대인의 특성이 도시생활과 합쳐지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라는 것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차재호 교수는 『카우치 포테이토족은 신체적으로 편한 것을 추구하는 신세대의 일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집안에서 다양한 오락거리와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멀티미디어 기기들도 이같은 현상 확산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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