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기소 희망 물거품” 한숨/“뇌물부분은 무사통과” 기대도재계는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이 29일 밤 구속되자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매우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재벌총수구속범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축재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재계가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그동안 검찰이 재벌총수들을 전원 불구속기소할 방침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구속은 면하게 되었다고 한숨 돌렸으나 정총회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재계는 30일의 「무역의 날」행사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김영삼대통령이 행사에 직접 참석, 치사를 하면서 뭔가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였다. 재계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재벌총수에 대해서는 경제에 전념하라는 당부와 함께 「따뜻한 조치」를 시사하지 않겠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전경련이 다음달 1일 자정선언의 후속조치를 발표키로 한 것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그런데 정총회장이 구속되면서 이같은 기대가 단순한 「희망사항」으로 전락되어 버리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관심은 정총회장의 구속 죄목이다. 검찰은 이미 재계에서 떠난 (주)한양의 배종렬 전회장에 대해서는 뇌물공여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데 비해 현역 재벌총수인 정총회장은 업무방해혐의로 구속했다. 정총회장은 금융실명제와 관련된 업무방해죄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있다.
재계는 검찰이 정총회장을 뇌물공여혐의가 아닌 업무방해죄로 구속한 것과 관련, 뇌물공여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현역 재벌총수를 구속하지 않고 불구속기소로 그냥 넘어가겠다는 신호로 파악하고 있다.
재계는 그동안 전경련을 중심으로 관계요로에 재벌총수에 대한 사법처리를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간판급 기업인들인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이것이 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타전될 경우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재벌그룹이 실물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총수들을 사법처리할 경우 투자위축등으로 국내경제가 급랭할 가능성도 크다.
사정당국이 이같은 경제적 현실과 사법적 당위성을 놓고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 재계는 숨죽이고 지켜 봤다. 그런데 결과는 재벌총수 구속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구속대상자로 거론되어 왔던 몇몇 그룹은 정총회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정보망을 총동원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다음주초 노씨 기소에 앞서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여부를 이번주안으로 마무리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로서는 이번 주말이 최대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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