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5·18관련 헌법소원 선고를 하루 앞둔 29일 돌연 취하신청이 접수되자 허탈하고 침통한 분위기였다. 또 최고헌법기관으로서의 존엄성이 정치권에 의해 상처를 입었다는 생각에 불쾌하다는 반응도 보였다.검찰의 5·18 관련자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는 헌법소원이 청구된 후 4개월여간 평의를 해왔던 재판관들은 이날 취하서가 접수된 직후 20여분간 처리방향을 논의한 뒤 곧바로 귀가했다.
5·18관련 헌법소원에 대한 청구인들의 취하서 제출은 이날 하오 10분만에 이뤄졌다. 대리인중 한명인 유선호 변호사는 취하서를 낸후 기자실에 들러 『이번 취하로 헌재의 권위를 추락시킬 의도는 없다』며 『헌재가 굳이 판단해 앞으로 올 혼란을 자초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에서 취하서를 제출한다』며 헌재의 입장을 배려하는 듯한 취하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이 헌재가 심의중인 5·18사건에 관해 특별법 제정을 발표할 때만 해도 말없이 감수하는 자세를 보였던 헌재관계자들은 재판소장 기피신청에 이어 이날 헌법소원 취하라는 의외의 상황까지 발생하자 상당히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헌재 관계자들은 이번 선고를 통해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개소 8년째로 접어든 헌재의 위상과 역할을 공고히 한다는 나름의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힘으로 집권한 사람들을 힘이 아닌 현행 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바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현상엽 기자>현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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