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인·청상과부 전설서린 조각/읍내 장승·주변 당산나무·돌탑과 함께/조선후기 마을 공동체문화 고스란히전북 순창읍에서 강천사행 버스를 타고 10분쯤 달리면 넉넉하게 펼쳐지는 산지형 평야를 만나게 된다. 이 들녘에는 남성의 성기를 인위적으로 조각하여 세우거나 그와 유사한 형태의 선돌을 대상으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성신앙이 전해지고 있어 한국문화의 이색지대라 부를만하다.
특히 순창 읍내의 장승과 함께 팔덕면 입석리의 당산나무와 돌탑, 팔왕터와 태촌리의 남근석을 함께 둘러본다면 조선후기 마을 공동체 문화의 훌륭한 답사가 된다.
먼저 찾아가는 곳은 입석리. 아홉마리의 용이 마을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형국이라 해 행정지명은 구룡리이다.
이곳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을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여섯개의 선돌과 당산나무이다. 이는 들판 한가운데 마을이 위치해 있어 외부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기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논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느티나무와 그아래 돌무더기 누석단이다.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신이 머무르는 이 느티나무와 누석단에는 마을 공동체신앙의 원형이 잘 간직돼 있다. 누석단을 쌓을때는 마을 사람 모두가 참여하고 그속에 풍년을 기원하는 오곡단지나 농기구를 넣었다. 돌무더기 위에 남근처럼 세워진 선돌에는 종교적 신성이 담겨져 있다.
입석리에서 아미산쪽으로 30여분쯤 걸어가면 태촌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의 동남쪽 산기슭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좋게 생긴 남근석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500년전 쯤 태촌리에 걸인이 있었는데 자신의 신분으로는 결혼이나 성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이를 비관해 남근석을 조각했단다.
또 건너편 팔왕터 마을에 살고 있던 청상과부가 독수공방을 한탄하며 순창읍에서 남근석을 깎아 치마폭에 싸 가지고 오다가 무거워 하나는 태촌리에 버리고 하나는 팔왕터로 가지고 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태촌리 남근석은 165㎝정도 크기이고 발기했을때 드러나는 힘줄을 연잎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으로 조각한 것이 인상적이다. 팔왕터 마을의 남근석은 그 생김새가 태촌리 것과 비슷한데 조각솜씨는 더 정교하다.
찾아가는 길은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순창까지 가는 직행버스가 10시10분부터 세시간 간격으로 있으며 소요시간은 4시간정도. 전주나 남원 광주에서 순창 가는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이형권 역사기행가>이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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