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제공자 언급회피 「배후」 관심검찰의 5·18불기소결정에 불복,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신청을 냈던 4단체가 헌재의 최종판결을 불과 하루 앞둔 29일, 일제히 이를 취하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헌재는 판정결과를 밝힐 필요도, 밝힐 수도 없게 됐다.
「헌재의 판정결과에 전전긍긍할 필요없이 소자체를 취하해 버리면 된다」는 소원신청자들의 지극히 단순한 발상이지만 이는 헌법기관을 우롱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소취하를 제일 먼저 거론한 쪽은 민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소원신청을 낸 4단체중 3곳은 고영구·유선호·천정배 변호사 등 민변이 소송을 맡고 있어 대책을 논의하다 소취하쪽을 착안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고영구 민변회장은 이날 『전날밤 민변소속 담당변호사들간의 대책회의에서 소취하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만 판결일이 하루밖에 남지 않아 소송신청인설득등의 문제로 고심하던중 때맞춰 이날 상오 민주당이 낸 헌법소원신청의 소송을 맡고 있는 장기욱 의원에게서 똑같은 제안이 들어와 전격 합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경우 소취하를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공론화하는 행운을 잡았다. 민주당이 민변의 전날밤 회의결과를 사전에 알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소취하는 이날 당무회의에서 처음 나왔다. 당무회의에서 이부영 전의원은 『헌재가 국민여론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 5·18특별법제정에 장애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우리 당도 소송주체의 하나이므로 다른 3곳을 설득, 소를 취하하자』고 제안했다. 이 문제를 처음 꺼낸 이전의원의 경우 당초 이날 새벽 광주에 내려갈 예정이었으나 비행기결항으로 우연하게 당무회의에 참석한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
이후 민주당이 낸 소송의 변호사를 겸하고 있는 장의원이 전권을 위임받아 고민변회장에게 연락, 절충에 나섰다. 물론 장의원과 민변측 변호사들간의 전격합의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내란음모사건」관련자를 대표해 소송을 낸 이신범 민자당부대변인이 한때 소취하를 반대하는등 약간의 진통도 있었다.
한편 민변이 소취하라는 결정을 내리는데는 헌법재판관출신인 국민회의의 변정수 인권위원장이 깊이 관여했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회의측에 따르면 변위원장이 같은 당소속이자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유·천변호사에게 『헌재결정을 바로잡는 유일한 방안은 소를 취하하는 것』이라며 『민변에 가서 이를 상의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당차원의 일이 아니라 성사이전까지 비공개키로 결정했다는 것. 이에 대해 고민변회장은 『소취하는 민변에서 낸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으나 제안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어쨌든 소원신청자가 최종판정하루전에 정략적 목적으로 소원신청을 취하한 것은 두고두고 개운찮은 뒷말을 남기게 될 것 같다.<이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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