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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아마조네스의 꿈」/이혜경(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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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아마조네스의 꿈」/이혜경(연극평)

입력
1995.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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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풍경,도피와 모반의 변주세상사를 성으로 풀어보려는 시도가 모든 분야에서 성행하는 요즘, 바로 그렇게 상품화한 성이 범람하는 속에서 지쳐버린 남성과 분노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두 편의 연극이 나란히 공연되고 있다. 서울연극앙상블의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와 여성문화예술기획의 「아마조네스의 꿈」이 그것이다.

장정일이 자신의 소설을 직접 각색하고 황동근이 연출한 「너희가…」는 샐러리맨 심진래가 반복되는 일상에서 겪는 기이하고 감각적인 경험들을 우화적으로 표현한다. 남녀를 상징하는 생물학적 기호를 대각선으로 마주보게 하고 무대를 위 아래로 구분해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연기자들의 앙상블을 이끌어내는 황동근의 저력이 돋보인다. 일반적 평균남자들의 성적 판타지를 엮어놓은 듯한 심진래의 여정은 그의 혼외정사, 남부장의 도착적 편집증, 조사명의 과대망상적 공상소설을 지나 사이비종교집단을 모방한 카페 재즈처치의 혼음난무장면에서 절정에 이른다. 어둠 속에 피어난 악의 꽃과 같은 종말론적 제의의 해프닝 속에서 마침내 심진래가 외치는 『오, 하나님』하는 단말마적 대사는 이 질펀한 시대 우리 모두의 절규는 아닐까?

「너희가…」가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오늘의 성풍속도와 그 곳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욕망을 보여준다면 「아마조네스의 꿈」은 그것에 저항하는 여성들이 꿈꾸는 모반의 판타지이다. 바버라 워커의 소설 「아마조네스」를 전혜성이 각색하고 윤영선이 연출한 무대에서 부드러운 곡선과 봉긋한 바닥이 여성의 몸을 연상시키는 장치가 다층적인 의미를 생산한다. 남성을 통제하며 생명을 잉태하는 자신의 신체를 거룩하게 여기도록 훈련받은 여자 무사 에테에게는 현대인의 남녀관계와 성풍속이 모두 부자연스럽고 부조리하기만 하다. 여성신을 섬기는 신비주의와 남녀경계를 넘나드는 성의 분방함까지 포함하는 이 연극은 히피시대를 거친 미국의 페미니즘의 단면을 보여준다.

남성들이 성의 탐닉에 지쳐버려 구역질을 하고 있다면 여성들은 성차별과 성폭행에 분노하며 원시모계사회 속의 힘을 회복하기를 꿈꾼다. 육체를 섬기는 어둠으로부터의 도피이든, 남성중심의 문화에 대한 저항으로서 여성의 신체를 상징하는 여성신을 섬기는 페미니즘이든 이 두 작품은 결국 육체만이 있는 풍경은 영혼에 대한 갈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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