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특별법 제정 과거청산 토대 마련/투비에 등 독부역자 아직까지 재판대에반역사적 범죄행위를 추적, 단죄하려는 프랑스의 국민 의식은 추상같이 매섭다.
범죄행위가 특히 정치적 이유에 의한 학살등 비인도적·반인류적인 것일 경우 그에 대한 추적과 처벌은 시공을 초월해서 집요하고 철저하게 이뤄져 왔다. 2차대전당시 나치협력자들에 대해 법적 시효에 관계없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법처리가 가해지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2차대전때 프랑스의 나치괴뢰정부인 비시정권하에서 보르도지방 경찰국장을 지낸 모리스 파퐁(84)에 대한 재판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파퐁은 종전후 파리시경국장과 체신부장관등 승승장구의 영예를 누렸지만 끝내 역사청산의 추적을 벗어나지 못해 지난 83년 비인도적 범죄혐의로 기소됐다. 전시에 유대인들을 잡아 나치수용소에 넘긴 혐의였다. 파퐁은 83년 기소때 요행히도 증거불충분으로 면소판결을 받아 다시 거리를 활보했으나 국민은 이를 결코 용납지 않았다.
지난해 세계적인 이목을 모았던 전범 폴 투비에(80)에 대한 재판 역시 비인도적인 범죄는 반드시 단죄한다는 집요한 노력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다. 2차대전당시 리옹지방의 민병대 지도자로 나치 비밀경찰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투비에는 유대인 추방및 학살 방조혐의로 45년 궐석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도피생활중 71년 사면령으로 면죄부를 받는 듯했다. 그러나 81년 다시 체포영장이 떨어져 범죄발생 40여년이 지난 89년 74세의 나이로 쇠고랑을 찼다. 그는 재판결과 92년 증거불충분으로 면소판결을 받았으나 들끓는 국민여론과 검찰의 끈질긴 노력으로 대법원에서 하급심 판결이 일부 파기됐고 결국 94년 3월 다시 속개된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중이다.
비시정부의 기관원으로 나치 비밀경찰의 앞잡이 역할을 했던 르네 부스케의 경우 종전 40여년만에 체포, 기소돼 사법처리과정을 밟던중 지난 93년 한 시민에 의해 암살(당시84세)됐다.
프랑스는 이처럼 반인도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법적 시효를 따지지 않고 사법처리를 단행하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나치전범들을 처벌하기 위한 뉘른베르크 군사재판의 공소시효가 만료될 무렵인 지난 64년 일종의 특별법을 제정해 암살 인종말살 집단추방 및 기타 모든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시효에 구애받지 않고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 대법원은 85년 비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한 정의를 구체화, 「전제적 이념정치를 행사하는 국가의 이름으로 특정인종이나 종교집단 및 국가의 정치이념에 반대하는 집단에 대해 가하는 비인간적인 행위」로 규정했다. 이어 92년 개정된 새 형법은 반인류적 범죄중 특히 집단학살의 경우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에 처하도록 명시, 의회와 대법원이 마련한 법적 토대위에 「과거청산은 무한대로 집행된다」는 국가정의의 기틀을 세웠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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