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키나와현,미군기지 임대계약 연장거부 파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키나와현,미군기지 임대계약 연장거부 파문

입력
1995.11.29 00:00
0 0

◎일 정부­지자체 법정대결 조짐/일부 내년만료 불구 성폭행 사건계기 여론 악화/무라야마 총리,지사와 절충실패 소송해결 방침/한반도 병력이전 가능성 대두 국내도 불똥우려오키나와(충승)미군기지의 계약연장 문제를 둘러싼 일본정부와 오키나와현의 절충이 돌파구를 찾지 못해 끝내 법적대응이라는 대결양상을 빚고 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는 지난 21일 「조속한 법적절차가 불가피하다」는 각의결정에 따라 22일 오키나와현에 「대리서명」을 권고하는 서한을 발송, 법적수속의 첫단계를 밟았다. 오타 마사히데(대전창수) 오키나와지사가 이에대한 거부문서를 지난 27일 중앙정부에 발송한 것은 예상대로였다.

일본정부는 오키나와현의 거부에 대해 빠르면 이달중 다시 한번 오키나와현에 서명권고를 발하고 오타지사가 이를 또 거부할 경우 후쿠오카(복강)고등법원 나하(나패)지원에 「집행명령 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일본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더이상 미적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 현재 오타지사가 「대리서명」을 거부하고 있는 총35건의 기지사용 연장계약건중 일부 용지는 계약기한이 내년 3월로 만료된다.

또한 법원의 심리에 최소 3개월정도는 걸린다. 애초의 방침대로 정치적 타결에 매달려 시기를 놓칠 경우 자칫 일부 미군기지가 불법무단점유상태에 들어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대리서명이란 기지용지의 소유주가 임대차계약을 거부할 경우 자치단체장이 대리로 서명해 계약이 효력을 갖게 하는 절차다. 자치단체장이 서명을 거부할 경우 상급자치단체장이 서명하면 효력을 가진다.

그러나 오키나와의 경우 일부지주가 계약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해당 2개시와 1개촌의 단체장이 대리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오타지사가 대리서명을 거부하고 있어 오키나와 기지 전체의 장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정부가 소송에서 이기면 법원이 오키나와현에 대리서명을 명령하게 되고 이를 오타지사가 다시 거부하면 총리의 대리서명으로 기지사용계약이 효력을 발생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앙·지방정부간의 타협이 있을 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미군의 성폭행사건」을 계기로 오키나와의 여론이 워낙 비등해 있는 상태여서 기대하기 어렵다.

무라야마총리는 지난 24일 오타지사와의 2차회담을 통해 또한차례의 정치적 절충을 시도했으나 오타지사는 종전대로 「주둔군 지위협정(SOFA)의 개정및 기지축소, 철폐의 명확한 청사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내년 1월 클린턴미대통령의 방일에 따른 미일공동성명에 일본주둔 미군의 수치를 포함시키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오타지사의 주장은 현재 4만7,000명에 달하는 주일미군병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기지축소와 정리는 공염불이라는 당연한 판단에서 기인한다. 병력감축이 없는 기지축소는 결국 일부기지의 본토이전을 의미하는데 이미 본토에서도 기존미군기지의 정리축소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오키나와의 이같은 요구를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다. 지난 오사카(대판)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 이미 확정돼 있는 미일공동성명(안)에는 「일본에 4만7,000명, 동북아 전체에 10만명의 미군은 필요불가결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APEC을 전후해 미국의 윌리엄 페리국방장관과 조지프 나이국방차관보가 「북한의 위협」을 들추며 강조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이기도 하다. 무라야마총리와의 회담에서 고어미부통령은 『동아시아에 미군 10만명을 전개하는 것은 미일동맹관계의 열쇠』라고까지 강조했다.

결국 일본정부는 오키나와현의 입장에 어느정도의 이해를 표하고 「점진적인 기지문제의 해결」을 약속하는 한편으로 대미관계를 위해 법적조치를 강제하는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오타지사는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최대한 반대를 표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은 다하는 셈이라는 다소 냉소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군기지문제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자치체의 이같은 충돌은 내용은 다르지만 나름대로의 「기지문제」를 안고 있는데다 전면지자제의 첫발을 디딘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더욱이 미국이 「일본주둔 4만7,000명」을 부분포기하는 대신 「동북아주둔 10만명」을 고수할 경우 직접 불똥이 우리에게 튄다. 미국이 부시정권때 오키나와기지와 병력을 한반도로 부분이전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던 사실도 확인된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정부의 최대 골칫거리로 등장한 오키나와기지문제를 우리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