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새판짜기 집념” 판단 설증폭/“정계개편용 첫 수순” 의혹 눈길/여선 “시나리오 결코 없다” 부인정치권 사정설이 여권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5·18특별법 제정방침이 나온 이후 정치권 개편설, 「큰 그림」설등이 더욱 증폭되면서 이 얘기는 그럴듯한 구색마저 갖춰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상자들의 명단을 담은 괴문서가 나도는가 하면 『12월중에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문도 여전하다. 특히 검찰의 노태우씨 축재비리사건 수사결과 발표가 임박해오자 정치권 주변은 더욱 뒤숭숭하다.
그러나 정치권 사정설의 실체는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다. 진원지도 확실치 않고 사정설의 내용도 언급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일부에서는 『증권가 정보, 얼굴없는 소문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게 아니냐』며 가볍게 치부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뭔지 모를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는 분위기』(민자 K의원)가 쉽게 가시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여권 핵심부나 검찰 수뇌부의 『노태우씨 부정축재사건에 연루된 정치인은 조사하고 사법처리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노씨 사건에 직접 관련된 인사는 그리 많지않다』는 말이 의구심을 확대시키는 측면이 적지않다. 『없다고 딱 잘라 말하지 않는 것은 곧 있다는 얘기』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들은 여권핵심부가 사정설을 강력하게 부인하면 할수록 증폭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정계개편을 도모하는 빌미로 정치권 사정을 이용하려 한다』며 아예 「음모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음모설에는 민자당의 민정계 의원들도 막연하게나마 동조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 사정설이 확산되는 이유는 여권이 국정쇄신, 정치개혁에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때문이다. 여권 핵심부가 기존 정치판을 「깨뜨려야 할 대상」으로 단정하고 있다면 일단 첫수순은 정치권 사정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론이다. 실제 일부 여권 인사들은 「관측」이라는 전제아래 정치권 사정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30명의 중진의원이 노씨 비자금에 연루되거나 비위혐의대상에 포함되면 정치불신은 극에 달하고 그 불신은 정치판 쇄신의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노씨의 함구로 대선자금 지원여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20억원+알파」,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내역 등 정치적 현안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는등 검찰수사가 답보상황에 처해있는 것도 사정설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검찰이 수사진전을 위해 직접 증거를 추적하면서 불가피하게 몇몇 정치인의 주변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부는 이런 가설을 부인하고 있다. 한 핵심인사는 『노씨 사건이 정치개혁을 이끌어내는 역사적 사건임에 분명하고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도출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결코 시나리오가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서 그게 성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민주계 실세의원도 『의도적인 정치권 사정에 국민이 동의하겠느냐. 역으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핵심부가 비자금파문의 와중에서 5·18특별법 제정을 결심할때는 구여권세력의 동요까지 포함한 여러변수까지 감안한 큰 그림이 서있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상당해 정치권의 긴장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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