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한보회장 불구속 타총수 처리 가늠자/“정경유착 단절” 명분유지 상징수준 전망검찰이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을 불구속기소 함으로써 노태우전대통령에게 뇌물성자금을 제공한 나머지 재벌총수들의 사법처리 수위가 관심을 끌고있다. 이 문제는 이원조 전의원·금진호 의원·김종인 전청와대경제수석 등 이른바 비자금 3인방에 대한 사법처리 강도와 더불어 검찰수사의 막바지 초점이다. 정총회장의 불구속처리는 다른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 기준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그동안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 기준으로 언급해온 것은 ▲뇌물의 크기 ▲특정 현안과의 인과관계 ▲또다른 불법성 행위여부등 3가지다.
정총회장의 경우 검찰이 확인한 뇌물성 액수총액은 1백50억원. 이중 공소시효(5년)가 지나 처벌할수 없는 액수가 50억원이어서 나머지 1백억원에 대해서만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 수사에서 노씨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확인된 재벌총수 29명 가운데 정총회장의 뇌물총액은 상위 6∼7위. 또 돈을 준 시점이 90년 11월이후여서 공소시효상 뇌물공여혐의가 적용되는 액수의 크기로도 10위권안에 들어간다.
정총회장은 이돈을 지난 90년 11월28일 청와대 별관에서 수서택지개발지구중 일부를 한보그룹이 수의계약 형식으로 특별분양 받을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노씨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의 기소장에 적시돼 있다. 특정현안과의 인과관계가 분명하다.
정회장은 이와함께 노씨의 비자금 5백99억원을 실명전환, 기업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단순 실명전환행위를 실정법으로 처벌할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대법원은 업무방해죄로 처벌할수 있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결국 정총회장의 경우는 검찰의 처리기준으로 볼때 재벌총수중 사법처리 제1순위가 된다는데 이론이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정총회장을 불구속처리함으로써 다른 재벌총수들에 대해서도 「선처」를 베풀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정총회장의 「죄질」로 보아 재벌총수들을 구속할 경우 형평성측면에서의 문제가 제기되고 표적수사라는 비난을 피할수 없게 된 것이다.
검찰은 정총회장에게 「고려사유」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정총회장이 지난 91년 같은 수서사건과 관련, 장병조 전청와대비서관과 이태섭 전의원등에게 12억5천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음을 들고있다.
이같은 검찰의 설명은 구속대상 재벌총수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더라도 정총회장의 불구속처리는 검찰의 발을 묶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재벌총수 구속은 설사 있더라도 1∼2명정도를 상징적으로 처리하는 최소한의 수준이 될것이라고 봐야한다. 「정경유착고리의 단절」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걸었던 검찰수사는 결국 「재벌 봐주기」란 비난을 감수한채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이진동·박진용 기자>이진동·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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